
▲이미지=ChatGPT
위메이드가 이미 제1~3회차 전환사채 585억원의 조기상환을 결정한 가운데, 추가로 20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에 대해서도 상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4회차 CB는 전통적인 풋옵션 조항이 없지만, 특정 조건 발생 시 사채권자가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명문화된 계약 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 위믹스(WEMIX)에 대한 국내 주요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은 해당 조항이 정한 '상환 청구 요건'을 실질적으로 충족시키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위메이드는 또 다른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할 상황이다.
1~3회차 CB는 상장폐지 전 조기상환 결정…낮은 주가가 트리거
19일 위메이드는 지난 4월 18일 2022년 11월 발행한 제1~3회차 전환사채 585억원을 조기상환한다.
이들 전환사채는 마이크로소프트,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등 복수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모 발행된 물량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풋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일정 시점 이후에는 투자자가 자율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이익 실현이 어려운 시점에는 풋옵션이 적극 행사되는 구조다.
특히 1~3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은 약 4만948원이었는데, 상환 결정 당시 위메이드 주가는 약 2만4000원 수준으로 하회하고 있었다.
전환 시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4회차 CB는 조건부 구조…상환 조항은 오히려 더 구체적
반면 2023년 9월 발행된 제4회차 전환사채는 단일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인수한 물량으로, 전통적 풋옵션은 제외된 구조지만 상환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다. 바로 최근 상장폐지가 결정된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 때문이다.
해당 CB는 위믹스 사업과 관련된 특정 사안이 발생할 경우 사채권자가 만기 이전에 상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SK플래닛은 위메이드와 전환사채 계약 체결 이후 위믹스를 기반으로 한 블록체인 공동 사업을 추진해온 전략적 파트너다.
단순한 재무투자가 아니라 플랫폼 사업 연계까지 염두에 둔 협력 관계였지만, 위믹스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당초 구상된 협업 구조는 사실상 동력을 잃은 상태다.
이로 인해 SK플래닛이 전략적 연대를 유지할 유인이 줄어들었으며, 계약상 조기상환 요건이 충족된 이상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환 요건 중 첫 번째 항목은 “위믹스 토큰이 국내 원화 마켓 또는 해외 달러 마켓에서 1곳 이상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이다.
위믹스는 최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AXA)에 소속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된 상태로, 이 요건은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충족됐다.
상환 청구 시 별도의 사채권자 집회 없이 서면 통지만으로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구조상 일반적인 채권과 유사하게, 특정 조건이 맞춰지면 계약상의 권리가 즉시 현실화될 수 있는 구조다.
또한 4회차 CB에는 이 외에도 위믹스 관련 형사소송으로 인한 거래정지, 지식재산권 상실로 인한 손실, 가상자산 관련 규제 미이행 등의 상황도 상환 요건으로 포함돼 있다.
1~3회차와 4회차 전환사채는 구조상 차이가 분명하다. 1~3회차는 복수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통적 전환사채로,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투자자 보호 조항이 폭넓게 포함돼 있었다.
반면 4회차는 단일 투자자인 SK플래닛이 전략적 목적으로 인수한 구조로, 일반적인 풋옵션은 빠져 있지만 위믹스와 관련된 리스크 발생에 따라 선택적으로 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이 삽입돼 있다.
조건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돼 있으며, 트리거 발동 시 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에서 법적 분쟁 없이 바로 실행 가능한 구조다.
SK플래닛이 투자 성격을 전략적 관점에서 유지할지, 아니면 재무적 판단에 따라 조기 회수를 선택할지는 회사의 전략적 판단에 달려 있다. 다만, 위믹스 생태계에 대한 시장 신뢰가 급속히 약화된 현재 상황에서는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위믹스는 빗썸에서 투자유의 공시된 상태로 거래 중이며 오는 6월 2일 거래 지원이 종료된다.
순이익 일시적 흑자 전환 불구 수익성 회복은 요원
한편 위메이드는 2025년 1분기 기준 개별 재무제표에서 11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외형상 흑자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속회사로부터 받은 대규모 배당수익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같은 기간 위메이드는 영업손실 약 5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분석에 따르면, 전기아이피에서 약 400억원, 위메이드맥스에서 1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이 유입됐으며, 나머지 700억원 이상은 위믹스코리아 등 비상장 자회사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형적인 내부 유보금 회수로, 반복 가능한 수익 모델이라기보다는 일회성 유동성 확보 방식에 가깝다.
연결 기준 실적도 본질적으로 비슷한 구조를 보였다. 2025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4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13억원에 달했다. 분기순손실은 206억원, 지배주주 귀속 순손실은 273억원으로 집계됐다.
블록체인 기반 수익이 사실상 정지된 가운데, 기존 게임 부문만으로는 전체 손익을 방어하기에 역부족인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 등으로 유입된 현금의 상당부분은 CB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용도로 쓰일 것"이라며 “위믹스에 대한 관리만 잘 됐더라도 주가 하락과 CB 조기 상환 등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