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금융지주.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리금융지주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신규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각 사의 대표 내정자도 공식화하면서 조직 융합·규제 대응·수익성 제고라는 삼중 과제 해결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건전성·체질 개선 급선무…성대규, 규제 대응에 능통한 인물 꼽혀
20일 금융권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16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개최하고 신규 자회사로 편입 예정인 동양생명보험 대표 후보에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지난 5월 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생명보험사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득한 뒤 신속하게 보험사 인수절차를 완료했다. 이후 안정적인 경영 기반 마련을 위해 자추위를 열고 보험사의 신임 대표 후보를 추천했다. 추천을 받은 두 내정자는 오는 7월 초 예정된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후 각 사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성 내정자가 새로운 대표로 낙점된 이유로는 가장 먼저 그가 지닌 금융규제 경험과 M&A 전문성이 꼽힌다.
현재 동양생명은 빠른 자본건전성 개선과 함께 그룹과의 통합을 이뤄내는 게 주요한 현안이다. 지난해 9월 기준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은 160%로 전년 대비 33%p 하락한 상태로 이는 금융당국 권고 기준(150%)에 근접해 위험 수준에 속한다. 자본 보완을 위해 지난 1월 7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 발행을 결정했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추가 자본 조달 필요성이 제기된 상태다.
또한 당국의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 규제 강화 이후 이익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체질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양생명의 지난해 건강보험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이 4441억원으로 전체의 60.7%를 차지했지만 저축성 보험 의존도가 여전히 39.3%에 달하는 상태다.
성 내정자는 이런 상황에서 종합적인 규제 대응상 역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6년 제11대 보험개발원장을 지내며 보험업계 정책 개발 경험을 지니고 있다. 금융위원회 보험과장·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도 그의 이력 중 하나다.
지주와의 통합 측면에선 2019년 신한생명 대표로 취임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주도하고 2021년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성공적인 합병을 이끌어낸 뒤 통합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를 지냈다는 이력이 있다. 이는 지주와의 결합 작업 수행에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생명 대표 후보로 추천된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대표(왼쪽)와 ABL생명 대표 후보로 추천된 곽희필 신한금융플러스 GA부문 대표.
곽희필 대표, ABL 사기 끌어올리고 영업력 극대화 '특명'
ABL생명 수장으로는 곽희필 신한금융플러스 GA부문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ABL생명보험의 당면과제로는 가장 먼저 '상품 및 영업경쟁력 개선을 위한 CPC(고객·상품·채널) 전략' 추진이 꼽힌다.
영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ABL생명의 사기 저하를 해결하고 새로운 분위기 조성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ABL생명은 지난 2016년 이후 9년간 매각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임직원 사기가 크게 저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직원 이직률은 18.7%로 업계 평균(12.3%) 대비 52%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곽 내정자의 강점이 '영업력'으로 꼽히는 만큼 우리금융은 이를 타개할 최적임자로 보고 있다. 곽 내정자는 앞서 신한라이프 재직 시 우수한 영업실적을 인정받아 지점장, 영업추진부문장을 거쳐 FC채널본부, 영업채널본부 부사장에 오른 경험이 있다. 그는 포용적 리더십 도입과 직원간 소통 채널 확대, 임금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손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ABL생명의 신계약 수수료 수익은 2345억원으로 동양생명(3890억원) 대비 6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곽 내정자 역시 통합 작업을 경험해 본 인물이다. 2021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생명과 통합해 신한라이프가 출범하면서 FC1사업그룹 부사장을 맡아 조직통합 경험을 쌓았다. 우리금융자추위는 “2019년 오렌지라이프 영업채널본부 부사장 재임 당시 신한생명과의 제도·시스템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영능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차원에서는 두 보험사의 안착을 통해 빠른 수익 다변화를 기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금융 순이익 중 우리은행 기여도가 102.8%에 달하는 등 의존적 구조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두 보험사의 자산을 활용한 자산운용 시너지 창출,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업계 트렌드에 발 맞추는 등 성과를 지표로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곽 내정자는 “그간의 보험업 경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ABL생명보험을 우리금융그룹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며 “2016년 이후 장기간 매각상황에 놓여있던 ABL생명보험의 여러 경영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조직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