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개발자가 AI를 활용해 차기작을 개발하는 모습을 챗GPT로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챗GPT
국내 게임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 투자를 늘리는 한편, 외부 기업과의 협력 범위를 넓히며 경쟁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장르 다각화와 지식재산(IP) 확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가운데 작품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 저변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게임사들이 신작 개발 과정에 AI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챗GPT가 등장한 2022년을 기점으로 AI 인재를 집중 영입하는 한편, 전담 부서를 운영하는 등 역량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모바일게임협회가 게임업계 종사자 23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4%가 생성형 AI를 알고 있으며 이 중 91%가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NPC의 대사나 이미지·음성 생성, 아이템 추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출시작 중 AI를 도입해 주목받은 작품으로는 크래프톤의 '인조이'가 꼽힌다. 지난 3월 얼리액세스 버전으로 선보여진 이 게임은 발매 1주일 만에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용자의 말투·감정을 실시간 분석해 상호작용하는 AI 협력 캐릭터(CPC) '스마트 조이(Smart ZOI)'로 흥행을 높였다는 평가다.
CPC는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소형언어모델(SLM)을 탑재해 이용자와 소통하며 협력 플레이를 펼치는 기능이다. 게임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우며 플레이 스타일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임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크래프톤이 지난 3월 선보인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 대표 트레일러.
이 기술은 2022년 신설된 AI 연구개발(R&D) 조직 '딥러닝본부'에서 개발했다. 김창한 대표가 설립 초기부터 직접 참여해 사업을 이끌 정도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운영본부 산하에 AI 전략팀을 설립하는 등 조직 규모를 키우고 있다.
회사는 해당 조직들을 통해 전사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한편, 개발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2023년부터 챗GPT·코파일럿과 같은 딥러닝 솔루션 이용료를 지원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최근 임직원의 AI 활용도를 9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인조이뿐 아니라 차기작에도 이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배그 지식재산(IP) 기반 프랜차이즈에는 '펍지 앨라이(PUBG Ally)가 탑재돼 게임 특성에 맞는 플레이 방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AI 건축·모션 등 재미를 높일 수 있는 기능들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본부장은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배그 IP 프랜차이즈와 인조이를 포함한 다양한 게임에 CPC를 확대 적용해 이용자 경험 혁신을 이어가겠다"며 “CPC가 업계 새 기준점이 될 수 있도록 최적화와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왼쪽부터)가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본사에서 회담을 가진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AI 파트너십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오픈AI와 챗GPT 엔터프라이즈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이어 올 2월 한국을 찾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회담을 갖기도 했다. 이 자리에선 AI 게임 캐릭터 기술 등을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올해 4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찾아 젠슨 황 CEO와 회담을 갖고 양사의 게임 및 AI 분야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이 자리에선 로보틱스·온디바이스 AI 전반에 대한 협력 확대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차세대 기술을 토대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를 주도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을 비롯한 게임사들이 AI를 도입하는 건 장기적 관점에서 흥행 성과를 크게 도출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포석"이라며 “미래산업 기반을 새로 다지는 한편 게임 제작·이용자 경험 혁신을 통해 장르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