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바키사사이 라마니 발라(Vakisasai Ramany Bala) 부사장이 21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WORLD NUCLEAR SUPPLY CHAIN 2025' 국제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지성 기자
“경쟁력 있고 유연한 원자력 공급망은 고립된 기업 활동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정부, 산업계, 국제 협력이 삼위일체가 돼야만 세계 원전산업의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다."
[바르샤바=전지성 기자]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바키사사이 라마니 발라(Vakisasai Ramany Bala) 부사장은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WORLD NUCLEAR SUPPLY CHAIN 2025' 국제회의에서 “전 세계가 2040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3배로 확대하려는 목표는 전례 없는 도전"이라며 “이를 위해선 단순한 신규 원자로 건설을 넘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마니 부사장은 “국가와 산업계, 에너지 부문이 함께 공급망 확장을 위한 일정·우선순위·자원 투입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야 한다"며 “공급사들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는 예측 가능한 정책과 안정적인 규제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DF는 이러한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단일 원자로 프로젝트가 아닌 복수 원자로(Multi-reactor)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6기의 신규 EPR(European pressurizer reactor) 원자로 건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닌 유럽 차원의 산업 재건 흐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현재 EDF는 △영국 하인키포인트 C(Hinkley Point C) △사이즈웰 C(Sizwell C) △인도 자타푸르(Chattapur) 등 주요 국가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며,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의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고 있다.
특히 SMR(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EDF는 자회사 '뉴아텀(Nuward)'을 통해 SMR을 개발 중이며, 이 기술은 100% 유럽산 공급망을 기반으로 하고, 해외 수출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SMR은 아직 '약속'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모듈화 건설, 짧은 리드타임, 디지털 통합을 통해 향후 새로운 산업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DF는 유럽산 SMR 공급망 구축 외에도 EU 산업연합, 영국 공급망 그룹, 인도와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공급망 가시성과 협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엑셀(Excell) 플랜'과 'MATCH' 프로젝트를 통해 프랑스 내 공급망 자원과 병목현상을 사전 파악하고 대응하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라마니 부사장은 “지속 가능한 수요에 대한 자신감과 정부 차원의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이 없이는 글로벌 원전 공급망은 확장될 수 없다"며 “EDF는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닌 다중 원자로 기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공급사에게 투자와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DF는 이번 행사 메인 스폰서사로 참여했다. 사진=전지성 기자
발표와 패널 토론 종료 후 라마니 부사장은 본지와 만나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의 원전 계약에 대한 질문에 “미안하지만 해줄 말이 없다. 체코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발언을 자제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현 정부보다 원전에 덜 협조적(less supportive)인 것으로 알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이재명 후보가 티비 토론에서 '원전은 위험하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EDF는 이번 행사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모든 세션에서 'EU 중심의 원전 공급망'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원전 해외 수출을 전담하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행사에 스폰서나 발표자로 참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