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사진=로이터/연합)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 시세가 사상 처음으로 11만달러를 돌파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서 한국시간 22일 오전 10시 46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2.94% 오른 10만9957.72달러를 기록 중이다. 비트코인 시세는 오전 10시께 11만505달러까지 치솟으면서 4개월 만에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비트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가상자산 산업 규제 완화 기대감 등에 힘입어 지난 1월 22일 10만6000달러 수준까지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자 비트코인은 지난 4월 7만400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관세 전쟁 여파로 '셀 아메리카'(미국 자산 매도) 바람이 불자 비트코인이 금과 같이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았고, 그 결과 지난달부터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을 보이기 시작했다. 실제 비트코인은 올들어 18% 가까이 폭등한 반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2% 하락산 상태다.
여기에 가상화폐 시장을 둘러싼 제도 정비와 달러 약세, 자본시장에 떠도는 유동자금 등이 비트코인 시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 19일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담보 요건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 법률 준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법안'을 통과시켰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미 달러화나 유로화 등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하는 가상화폐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지만, 시장에서는 이 코인을 정당한 금융 수단으로서 인정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고객들이 비트코인 현물 구매를 최근 허용하기도 했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저는 흡연을 권장하지 않지만, 당신이 흡연할 권리는 옹호한다"며 “비트코인을 구매할 권리 역시 옹호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재정적자 문제가 부각된 것도 비트코인 시세 호재로 작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는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이 나라가 이런 부채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장치개 금리 상승, 국채수익률 곡선에 따른 매도세, 달러화 하방 압박 등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 기업들이 스트래티지(전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모방해 비트코인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 비트코인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들어오는 자금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6억6740만 달러(9151억원)가 유입됐다. 이는 지난 2일 이후 1일 최대 유입액이다. 이달에만 비트코인 ETF에 36억달러(약 4조9636억원) 가량이 유입됐다.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시세가 단기적으로 30만달러까지 폭등할 가능성에 베팅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옵션거래소 데리비트에서 6월 27일 만기되는 콜옵션 중 행사가 11만달러, 12만달러, 30만달러에 대한 미결제약정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CME 선물시장에서도 비트코인 미결제약정이 지난달 저점대비 23% 급증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미결제약정 규모가 크다는 것은 미래 가격에 베팅한 계약이 많다는 의미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급등락 가능성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