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끝난 30일 저녁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 사전투표 투표율 등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30일 진행된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투표율(34.74%)로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 지지 기반에서 투표율이 더 높았고 국민의힘 쪽은 낮았다. 주요 후보들은 서로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년 대비 평일에만 진행된 점이 변수였고, 승패는 본투표가 진행되어봐야 알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사전투표율은 34.74%로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1542만4607명이 사전투표소를 찾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보였던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기록한 36.93%보다는 2.19%포인트(p) 낮았지만, 2020년 총선(31.28%)보다는 높은 수치다.
29일 첫날 사전투표는 19.58%라는 역대 최고 첫날 투표율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30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투표율도 20.41%로, 같은 시각 2022년 20대 대선(18.29%)보다 2.12%p 앞섰다.
그러나 30일 오후 들어 투표율 상승세가 주춤했다. 오후 2시 기준 28.59%에 그쳐 20대 대선 동시간대 28.74%에 비해 0.15%p 낮았다. 결국 최종 투표율은 34.75%로 20대 대선 당시 36.93%보다 2.19%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별로 편차가 컸다. 30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전남 56.50%, 전북 53.01%, 광주 52.12%로 사전투표 참여자가 절반을 넘겼다. 반면 대구는 25.63%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산(30.37%), 경북(31.52%), 울산(32.01%) 등도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서울은 34.28%, 경기 32.88%, 인천 32.79% 등 수도권은 평균 근접 수치를 기록했다. 호남을 제외하면 40%를 넘긴 지역은 세종(41.16%)이 유일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끝난 30일 저녁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종합상황실에서 한 관계자가 관내사전투표함 보관장소 CCTV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투표 첫날 감지됐던 뜨거운 투표 열기가 이틑날까지 그대로 이어지지 못한 데에는 투표 일정이 주중(수·목요일)에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전 대선에만 해도 주말에 사전 투표가 진행돼 직장인들의 부담이 적었지만 평일이라 근무시간 중 투표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전 투표 결과에 대해 일단 민주당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던 점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호남 지역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투표율을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영남 지역은 이전 대선에 비해서도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며 호남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과거에도 호남 지역의 사전 투표율이 높았었고, 연련대별 투표율 등 세부적인 정보가 부재한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분석이다. 또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에 영향을 받은 유권자들이 많아 사전투표를 기피한다는 점도 변수다.
각 후보 측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선 환영하는 반응과 경계가 동시에 나왔다. 박찬대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사전투표율에 대해 “내란종식과 대한민국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함과 의지가 모여 만들어진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전투표율 자체만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해석할 수 없다는 입장도 나왔다. 천준호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장은 지난 30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유권자께서 이미 사전투표의 유용성과 편의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도 “유리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대선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은 지난달 31일 “괴물 독재를 막겠다는 국민의 강하고 단호한 의지가 이처럼 높은 투표율로 이어지고 있다. 기적의 대역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대 대선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높은 사전투표율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통설이 깨진 만큼 본투표율과 연령대별 투표율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20대 대선 때도 사전투표일이 상당히 높았지만 보수진영인 윤석열 후보가 승리했고, 지방선거때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됐었다"면서 “보수진영이 사전투표를 안 한 것이 본투표에서 반전이 될 지, 연령대 별 투표율이 어떻게 나올 지 등의 여부가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