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이 맞물려 대구의 악성 미분양이 지방 최다 수준을 기록하며 지역 부동산 시장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다. 그러나 계속 악화되는 경기와 달리 대선 유세 현장에서는 대구 지역경제 위기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밀려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건설업계뿐 아니라 지역 경제 전반에 파장을 미치는 지역 경제 위기의 징후 중 하나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악성 미분양 주택은 4월 기준 3776가구에 달했다. 일반 미분양 주택도 4월 기준 9065호로, 부산(4709호)의 두 배에 근접하며 지방 내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건설경기 악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성 미분양 주택 규모에서 대구는 공급 물량이 많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4월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 물량은 총 2만6422가구로, 2013년 8월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대치였다. 이 가운데 대구는 3776가구로 단일 지역 기준 가장 미분양이 많았다. 인근인 경북(3308가구)과 경남(3176가구)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 과정에서 대구의 부동산 문제는 중요 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발표한 정책공약집에서 대구를 '인공지능(AI) 수도'로 육성하고 미래모빌리티 산업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도시철도 5호선 건설, 염색산단 이전, 취수원 다변화 등 지역 공약도 내세웠다.
결국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조차 대구에서는 고전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지난달 21일까지 청약 접수를 진행한 '벤처밸리 푸르지오'는 총 540세대를 공급했으나 접수 건수가 고작 18건에 그쳤다. 1순위 청약에서 가장 많이 접수된 유형도 4건에 불과했다.
지난 3월 DL이앤씨가 분양한 'e편한세상 동대구역 센텀스퀘어'의 상황도 비슷했다. 이 단지는 300세대를 공급했지만 접수는 253건에 머물렀다. 최대 경쟁률은 8.0을 기록했으나 일부 유형에서는 2순위 청약까지 마감하지 못하고 모집 부족 사태를 겪었다.
더욱이 아파트 가격도 꾸준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 기준 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4% 하락하며 79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경북 지역 역시 같은 기간 0.16% 하락했다.
대구 미분양 심화는 지방 경제 침체와 더불어, 지난 2023년 3만6000세대가 입주하는 등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공급량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대구·경북 지역에는 내년까지 약 3만 8400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예정돼 단기간 내 미분양 해소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선거 이후에는 전국 단위의 지역 발전 전략은 물론 대구 등 미분양이 심각한 지방 지역을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지방 미분양 매입 등 단기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수요와 시장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과 근본적인 수급 조절을 위해 정권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장기적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