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연준 의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내달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조기 해고할 가능성을 시사한 와중에 이런 주장이 나와 더욱 주목받는다.
월러 이사는 20일(현지시간) CNBC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일회성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오는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진행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임명된 월러 이사는 FOMC 구성원 가운데 온건한 매파 성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연준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지속하던 2023년 11월 월러 이사가 기존의 매파적 입장을 철회하는 발언을 하자 월가가 이를 연준의 정책 전환(피벗)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친 바 있다.
월러 이사는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에 가까워진다며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중립 수준 대비 1.25~1.5%포인트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면 기다리지 말고 지금 시작해야 한다"라며 “실제로 붕괴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금리 인하를 개시할 이유가 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고용시장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린 후 금리를 내리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월러 이사는 또 “금리를 내릴 여지가 있으며 금리 인하 후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면 된다"며 “6개월 동안 관망하며 기다려왔고, 지금까지 데이터는 양호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지난 2일 한국은행이 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올 하반기 금리인하 여건이 충분히 조성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대화하고 있다.
월러 이사의 이같은 비둘기파적 발언은 금리 인하를 수차례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와중에 나왔다. 월러 이사는 차기 연준 의장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도 유력 후보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강한 비판이 그(파월 의장)가 해야 할 일인 금리인하를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며 “난 (파월 의장에게) 친절하고 중립적이고 심술궂게 대해봤는데 친절과 중립은 효과가 없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인플레이션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없겠지만 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며 “어쩌면 그(파월 의장)를 해고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임기는 곧 끝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에어포스원에서 “차기 연준 의장에 대한 결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더라도 임기 종료 전 후임자를 지명해 이른바 '그림자 의장'을 내세워 파월 의장의 레임덕을 유발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한편, 다른 연준 위원들은 7월에도 금리가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개인적으로 가을을 더 주목하고 있다"며 “그때쯤이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기업들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가을을 바라볼 것이라고 말한다"고 CNBC에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3개월 연속 예상치를 밑돌은 것과 관련, “정말 좋은 소식"이라고 하면서도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제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가진 두 가지 책무(최대고용·물가안정)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같은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금리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