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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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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 휴전에 국제유가 급락…연준 ‘7월 금리인하’ 힘 실리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6.24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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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의장(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의 휴전 합의를 발표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4일 한국시간 기준 오후 3시 19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4.54% 하락한 배럴당 65.40달러를 나타냈다.


WTI 가격은 전날에도 7.22% 폭락한 배럴당 68.51달러에 장을 마감했는데 유가 하락세가 이날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WTI 가격은 중동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던 지난 11일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국제유가는 미국 정부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대피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에 지난 11일 4.88% 급등한 배럴당 68.15달러를 기록했고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 여파로 13일엔 7.26% 폭등해 73달러에 근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중동 갈등 격화로 유가가 치솟았던 점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2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모두들 유가를 낮춰라, 내가 지켜보고 있다"며 “당신들은 적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다. 그렇게 하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이어 미 에너지부를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 지금 당장"이라며 석유 생산 확대를 주문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미국 내 석유와 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담은 구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향해 증산을 수차례 압박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엔 유가 상승이 미국 인플레이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 속에서 유가마저 오를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 발표로 유가가 진정되자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듯,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투 레이트(의사결정이 매번 늦는다는 뜻)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늘 의회에 출석해 금리를 왜 안내리는지 설명할 예정이다"며 “유럽은 금리를 10번 내린 반면 우리는 인하 횟수가 제로(0)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도 금리가 2~3%포인트 낮아져야 한다"며 “의회가 이 멍청하고 고집이 센 사람(파월)을 고치길 바란다. 우리는 앞으로 수년 동안 그의 무능함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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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

이런 가운데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연준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 연준은 오는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진행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면서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이어왔다.


그러나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23일 체코 중앙은행 주최 연설에서 “통화정책 조정을 고려할 때"라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르면 다음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먼 이사는 연준 내부에서 가장 매파 성향으로 꼽혀온 인물이다. 그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공개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위험이 있다며 공개 석상에서 매파 발언을 이어왔다.


그러나 그는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새 금융감독 담당 연준 부의장으로 내정돼 이달 초 취임했다.


연준의 또다른 매파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지난 20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일회성에 그칠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차기 연준 의장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23일 한 행사에서 “만약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 생각에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4월 2일 이전에 내가 지칭해온 '황금 경로'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금리인하를 향한 노력을 촉진하는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도 7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씩 높이는 분위기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 미국 금리가 7월 동결될 가능성이 전날 85.5%에서 현재 77.3%로 낮춰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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