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 정책의 양상이 뚜렷한 이중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고리1호기 해체 승인 등 사실상 '탈원전' 기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오히려 원자력 활용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포스코, 삼성전자, 석유화학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와 PPA(전력구매계약)를 활용한 자체 원자력발전 활용 전략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공공에선 '감축·해체'…민간은 “우리가 원전 키운다"
3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고리1호기 해체를 최종 승인했고, 월성 1호기 역시 가동 중단 상태를 유지 중이다. 기획재정부·환경부 등과의 기조를 감안하면, 공공 부문에서의 신규 원전 확대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반대로 탄소중립 압박과 전기요금 급등에 직면한 민간 기업들은 기존 재생에너지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직접 원전을 도입하겠다'는 실질적 움직임에 돌입했다.

특히 포스코는 최근 월성1호기 운영권 확보와 직접 전력조달 PPA 체계 도입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자, LG, SK 등도 SMR 기술 도입 및 제도 개선을 타진하고 있다.
SMR·PPA 활용, 민간 원전 활성화의 두 축
민간이 원전을 활용하기 위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민간 원전 활용 전략
이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오라클 등의 사례와 유사한 전략으로, “탈탄소+전력비 안정"이라는 이중 효과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산업부 인사에도 '민간 원자력 활성화' 포석 읽혀 “제도 정비 논의 시작됐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 인선에도 이러한 방향성이 드러난다.
김정관 장관 후보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출신으로, 원전업계와 정책 전반에 정통한 인물이며, 2차관으로 임명된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 역시 정통 관료 출신의 실무형 원전 전문가다.
1차관 문신학 전 대변인 또한 문재인 정부 당시 원전산업정책관을 지낸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인사 차원을 넘어, “민간 중심의 원자력 활용 시대"를 제도적으로 설계하고 지원할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 부문이 후퇴하는 원전의 빈자리를 민간이 메울 수 있도록 법·제도·인재 측면에서 정부가 토대를 닦으려는 전략이 본격화되는 조짐이다.
정부의 입장도 유연해지고 있다. 산업부 안세진 원전국장은 7월 2일 국회 토론회에서 “원전 기반 PPA, 민간 활용 제도는 지금부터 논의될 수 있는 시점"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는 없지만, 산업계와 함께 실용적인 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SMR의 경우 “특별법에 민간 참여 확대 조항을 명시할 것"이라고 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진입장벽 완화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탈석탄·탈가스' 이후의 현실적 선택지
석탄과 가스발전은 탄소중립 규제와 국제 에너지 규범으로 사실상 퇴출 수순에 있다. 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출력 제어 문제로 산업용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원자력, 특히 민간 주도의 안정적 기저전원 구축은 산업계 생존을 위한 현실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공공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원전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제는 민간이 앞장서 원전 생태계를 살리는 시대"라고 말했다.
민간 중심의 제2 원전시대 개막되나
이재명 정부 하에서의 원자력 정책은 '공공의 감축'과 '민간의 확장'이라는 비대칭 구조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간 기업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자구책을 넘어, 전력시장 구조 개편, 에너지 안보 전략, 탄소중립 이행 방식 전환 등 한국 에너지정책의 판을 바꾸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전은 공공만의 것이 아니다"는 명제 아래, 대한민국의 제2 원자력 시대가 민간에서부터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