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계속되는 9일 서울마포구 홍대 부근 거리에 설치된 전광판에 이날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7월 초부터 이어진 이른 폭염이 한여름을 앞당기고 있다. 기온은 이미 예년 8월 수준을 넘어섰고, 전력 수요는 연일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정부는 최대 전력수요가 97.8GW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냉방기기조차 제대로 쓰기 어려운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일 국무총리 주재 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과 대응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일 오후 6시 전력수요는 95.7GW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7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치다. 정부는 이번 여름철 최대 수요가 지난해 최고치(97.1GW)를 넘어 97.8GW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수요 급증은 기록적인 고온 현상과 맞물린다. 7월 상순 평균기온은 28.2℃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2022년 7월(27.1℃)보다 높다. 서울은 8일 최고기온 37.8℃를 기록하며, 이미 작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전력 수요가 통상적으로 8월 초에 가장 높은 점을 감안해, “본격적인 수급 위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력공급 능력을 106.6GW까지 확보했고, 기준 수요(94.1GW) 기준으로는 예비력 12.6GW, 상한치(97.8GW)를 기준으로 해도 8.8GW의 예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석탄발전 출력 상향, 수요 감축(DR), 전압 하향조정 등 이른바 '비상전력 자원' 최대 8.7GW를 별도로 준비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더위 속에서 가장 먼저 전력 위기를 체감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다. 냉방기기 사용 자체가 어려운 저소득층과 독거노인 등은 건강은 물론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정부는 올해 7월 1일부터 에너지 바우처 지원금(최대 70만1,300원)을 일괄 지급하고, 전기요금 감면 한도를 월 최대 2만원으로 확대했다. 7~8월 누진제 구간도 완화했다.
그러나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실제 사용률은 매년 80%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산업부는 올해부터 바우처 실사용률 제고를 위한 맞춤형 안내에 나섰다. 바우처 지급 가구를 대상으로 카카오톡·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발송하고, 우체국 집배원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제도 안내 및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현장 안내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제도 인지 부족과 사용 방법 혼란이 미사용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됨에 따라, 사용기한 도래 전 사전 안내 메시지를 정례화하고, 지역 복지기관과 협업한 설명회도 확대 운영 중이다. 한국에너지공단,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취약계층이 바우처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체감형 홍보 방안을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7월 10일부터 9월 19일까지를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지정하고, 산업부를 중심으로 전력 유관기관과 함께 '전력수급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같은 날에는 전력수급 위기 상황을 가정한 합동 모의훈련도 실시했다. 그러나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전력수급 비상 속에서도 냉방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일시적 조치에 머물고 있어, 보다 지속가능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 안덕근 장관은 “현재로서는 충분한 예비력을 갖추고 있어 안정적으로 수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폭염과 태풍, 설비 고장 등 어떠한 상황에도 대비해 국민 여러분의 전력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