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와 산사태가 발생한 19일 경남 산청군 신등면 딸기 하우스가 침수됐다
최근 닷새간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최고 790mm 가량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서울의 40%에 달하는 농경지가 침수되고 가축 피해가 100만 마리를 넘는 등 역대급 수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밥상 물가 상승 우려에 대비해 신속한 피해 보상과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5시 신고 기준으로 집중호우로 인해 벼 2만986ha, 논콩 1860ha, 멜론 139ha, 수박 127ha, 고추 108ha, 쪽파 95ha 등 농경지 2만4247ha가 침수됐다. 이는 서울 전체 면적인 6만500㏊의 약 39.6% 수준에 달한다.
지난 16일부터 20일 오전 7시까지 경남권의 경우 산청에 793.5mm, 합천 699.0, 하동 621.5mm의 비가 내렸으며, 충청권 서산 578.3mm, 담양 552.5mm, 전라권 광주 536.1mm, 구례 534.0mm 등의 기록적인 비가 내렸다.
축산 농가 피해도 심각하다. 가축은 소 60두, 돼지 829두, 오리 11만마리, 닭 93만마리 등 100만마리 넘게 피해를 입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처럼 괴물급 강우로 불리는 지난 2023년 장마 당시 91만2000마리 피해를 단 4일 만에 넘어선 수치다.
지역별로는 비가 집중된 충남지역에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남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집계된 피해 규모는 잠정치로 향후 정밀 조사를 거치며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피해는 축소될 수 있지만 통상 수해 이후에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해를 입은 농작물 대부분이 이미 이른 폭염으로 가격이 오른 상태여서 향후 밥상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주부터 폭염과 열대야까지 겹치면서 작물 생육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피해는 2%대 물가 안정 흐름 속에 새 정부 출범과 금리 인하 기대가 맞물리며 소비 심리가 서서히 살아나는 시점에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밥상 물가가 급등할 경우 회복 흐름을 타던 소비 심리가 다시 위축되고 지갑이 닫힐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농식품부는 “신속한 재해복구비 및 재해보험금 지급, 호우 이후 병해충 방제 및 작물 생육 회복을 위한 약제·영양제 할인 공급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