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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긴 열었는데”...퇴거자금대출, 실수요자 발목 잡는 조건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9 18:00

은행권, 전세퇴거자금대출 재개
계약 시점따라 1억원 초과 가능

실수요자 “여전히 제한적” 불만
“세부조건 많고 추가 요건 복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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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 이후 사실상 멈춰있던 은행권의 퇴거자금 대출이 한달 여 만에 정상화 됐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재된 전월세 매물 안내문.

지난 '6.27 부동산 대책'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전세퇴거자금대출'(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이 재개되면서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야하는 집주인들의 숨통이 트였다. 은행마다 해석이 상이한 기준이 정리되면서 대출이 시행됐지만, 조건이 세밀해진 만큼 따져봐야 할 요건이나 거절 사례도 많아져 실수요자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지난 28일부로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시행했다. 지난 18일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우리·농협은행은 21일, 국민은행은 25일부터 재개했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27일 가계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를 시행한 이후 사실상 멈춰있던 은행권의 퇴거자금 대출이 한달 여 만에 정상화 된 것이다. 은행권은 당국이 내린 규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수도권·규제지역 내 1억원을 초과하는 전세퇴거자금대출에 대한 세부 조건'을 두고 판단이 엇갈리자 대출을 중단하고 금융당국에 보다 명확한 기준을 요청해왔다.


은행권은 최종적으로 당국이 제시한 조건을 모두 갖춰야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결정하고 약정서를 개정한 뒤 전산 반영을 마쳤다.


당국이 제시한 최종적인 기준에 따르면 6월 27일까지 주택 매매계약과 임대차계약을 모두 마쳐야 하며, 임대인이 자력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불가능할 경우 1억원을 초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차주는 대출을 반드시 전세보증금 반환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임대인이 실거주할 경우 1개월 내 전입신고 후 2년 이상 실제 거주 △후속 임차인이 없을 시 대출 취급일로부터 1년 내 임대차계약을 통해 받은 보증금으로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등의 세부 조건을 이행해야 한다.


이에 수도권·규제지역에 속하는 1주택자라도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1억원 초과 퇴거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은행권은 당국의 승인을 받은 추가 약정서를 반영해 1억원 초과 대출을 시행 중이다.


은행권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대출이 정상화 됐음에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 건 마찬가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상담창구.

그러나 대출 재개 및 정상화에도 실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여전히 제한적인 실정이다. 당국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반드시 6월 27일 이전에 매매·임대차계약을 모두 마쳐야 하고, '임대인이 자력으로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조건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장에선 추가 약정서와 '자력 반환 불가' 증빙 자료 등 요건을 갖춘 집주인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대출 가능금액과 적용 범위가 규제 이후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각종 세부 기준이 추가됐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까지 더해진 결과다.


1억원 초과 조건 외에 살펴봐야 할 요건들도 차주 입장에선 복잡하다.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 1억원을 두고도 연간 기준인지, 규제 후 기준인지 판단해야 하거나 보증금 반환과 동시에 추가로 대출을 받을 때 생활안정자금대출을 먼저 받아야 하는 등 모호했던 기준은 확실해졌지만 차주 입장에서 따져봐야 하는 어려운 조건들이 다수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대출이 정상화 됐음에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진 건 마찬가지라는 목소리도 지속되고 있다. 한 임대인은 “6.27 규제 이전 계약자(매매·전세계약 모두 완료)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규제 이후 새로운 임대차계약이나 이후 매매계약을 맺은 사람은 대출을 받을 길이 없다"며 “실거주 땐 1개월 내 전입신고를 마쳐야 하는 점이나 대출 즉시 상환에 대한 추가 조건도 생겨나 이에 맞춰야 한다"고 토로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그간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대출을 내주기 어려웠던 부분의 해결만으로도 1억원 초과 대출이 늘어날 수 있어 고무적이란 평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계약일까지 1억원의 예외 기준으로 인정해주는 점이나 생활안정자금의 기간 기준 등이 명쾌해져 DSR 기준과 대출 한도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이전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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