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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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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질병코드’ 논란 재점화…정부내 이견에 ‘업계 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31 15:59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둘러싸고

문체부 “반대” vs 복지부 “유보” 입장차 여전

10월 KCD 초안 개정 앞두고 갈등 재점화 조짐

업계 “정책 일관성 떨어질 것…합리적 판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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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질병코드 등재를 놓고 갈등을 빚는 모습을 챗GPT로 형상화한 이미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오는 10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초안 개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부처 간 입장 조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1일 정부 소식통과 게임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무조정실이 주관하는 민간협의체를 통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각계 입장차가 커 별다른 진척이 나지 않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한 게 핵심이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에 이를 포함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ICD 도입은 의무가 아니지만, 국제 표준으로 간주돼 KCD에도 관행처럼 적용돼 왔다. KCD를 총괄하는 통계청은 오는 10월 10차 개정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때 게임 질병코드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KCD는 통계법의 수권을 받아 통계청장이 고시하는 것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다. 이에 따라 질병코드 등재가 확정될 경우, 의료계와 게임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문체부는 게임의 문화·콘텐츠 역할과 산업적 가치에, 복지부는 공중보건 관점에서 게임 과몰입 방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복지부는 게임 과몰입에 대한 의료 정당성이 확보되면서 공중보건 지원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문체부는 낙인효과로 인한 산업 경쟁력 위축과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 부처는 국내 여건과 상황을 고려해 분류체계를 운영해야 한다는 점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문체부·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들은 각 부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음을 반증한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9일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게임은 종합예술의 한 분야로, 문화예술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질병으로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질병코드 도입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8일 “WHO의 질병분류에 따라 공중보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민관협의체 논의를 통해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부처로서 의견을 잘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체부는 반대, 복지부는 유보적 입장을 내비침에 따라 KCD 초안 개정이 이뤄지는 10월 전후로 갈등이 재점화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친(親)게임 성향을 보여왔음을 고려하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절충안을 도출하거나, 정무적 판단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할 수 있는 기준과 인과관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질병코드를 도입할 경우, 극심한 사회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안팎에선 의학적 접근과 산업적 가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셧다운제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 속에 폐지된 것처럼 규제만 늘어나고, 사회적으로도 큰 이익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은 게임을 미래 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는데, 질병코드 도입을 추진한다면 정책 일관성이 떨어져 혼란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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