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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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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 “미필적 고의 살인” 언급에…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전격 사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5 20:46

전날 공사 현장서 중대 산재 또 발생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

잇따른 중대 산업 재해가 포스코이앤씨의 경영진 교체로 이어졌다. 산재 피해자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임기 내내 관련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건설업계 입장에선 새로운 리스크 관리의 주요 요소로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5일 포스코이앤씨는 정희민 사장이 최근 잇따른 산재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포스코이앤씨를 책임지는 사장으로서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어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고를 단순한 안전 관리 실패가 아닌,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근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안전에 있다는 점을 다시 새기고, 체질적 혁신을 위한 결단의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향후 전 임직원과 협력업체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자율적 안전 문화 정착, 안전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 안전 체계의 획기적 전환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의 이날 사퇴는 전날 또다시 발생한 중대 산재 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광명시 인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30대 외국인 남성 근로자가 전기에 감전돼 의식 불명에 빠진 것이다.




앞서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들어서만 4건이나 대형 사고로 산재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정 사장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후 무기한 공사 중단, 전면 안전 점검을 실시하고 막 공사를 재개한 상태였다. 특히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콕 집어 '악성 산재 사업장'으로 비판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비슷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을 거론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고 꼬집었다.


건설업계에선 정 사장의 전격 사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건설업은 현장 시공 위주의 업종 특성상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중대 산업재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엔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경영진 교체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산재 발생 기업에 대해 대출을 줄이거나 공사 입찰 자격에 제한을 두는 등 강력한 제재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 중대 산업 재해 관리가 건설업체들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리스크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현장' 출신 CEO로 최근 들어 주춤하던 포스코이앤씨의 주택 사업 부문을 되살릴 적임자로 평가받아왔다. 실제 취임 반년 만에 3조원이 넘는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하지만 잇딴 중대 산업 재해를 막지 못해 8개월여 만에 하차하게 됐다.


정 사장은 1964년으로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이앤씨의 주택·건축 사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포스코이앤씨는 2연속 CEO 조기 교체라는 난관을 겪게 됐다. 전임 전중선 사장도 재무 전문가 출신으로 부동산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구조 조정과 재무 관리 등의 기대를 모았지만 실적 부진으로 취임 9개월 만에 사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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