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모델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글로벌 TV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추격이 거세지자 삼성전자가 액정표시장치(LCD) '마이크로 RGB TV'를 앞세워 TV 1위 수성에 나섰다.
LCD TV 신제품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함께 프리미엄 투트랙 전략을 적극 펼쳐 '메이드 인 차이나 TV'의 약진을 견제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열고 115인치 '마이크로 RGB TV'를 국내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품은 LCD 기반으로 빨강·초록·파랑(RGB) 발광다이오드(LED)를 각각 초미세 단위로 배열한 컬러 백라이트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여 색과 밝기를 세밀하게 구현하며, RGB를 개별 제어해 기존 백색 LED TV 대비 색 재현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이종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마이크로 RGB TV가 색재현률 등에서 확실한 우위를 갖고 있다"며 “TV 시장에서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영상의 화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색감을 자동으로 맞춰준다.
삼성 마이크로 RGB TV는 AI 기술 기반의 컬러 최적화 엔진인 '마이크로 RGB AI 엔진'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저화질 콘텐츠를 고화질로 선명하게 업그레이드를 해주고, 극도로 빠른 움직임을 보정해 영상 왜곡을 줄여주는 기능을 지원한다. 또, AI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자연스러운 피부색을 구현하는 등 색을 더 풍부하게 표현해 준다.
새로 선보인 마이크로 RGB TV는 치열해진 글로벌 TV시장의 경쟁 구도 속에서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19년에 걸쳐 글로벌 TV시장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들어 TCL·하이센스 등 중국 TV 기업의 추격이 거세다. 이들 중국 TV는 그동안 우리 TV가 우위에 있던 프리미엄시장 지배력까지 높이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점유율 17.6%로 1위 자리를 지켰으나, 2020년 21.9%와 비교해 4년새 4.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0.7%에서 13.9%, 8.1%에서 12.3%로 올랐다.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중국 제조사는 약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TV 출하량이 전년 대비 하락한 반면, 하이센스와 TCL은 2배 이상 성장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하이센스와 TCL이 프리미엄 시장을 선도해온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이크로 RGB TV 출시는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TV시장에서 격차를 벌리겠다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하이센스는 최근 중국에서 RGB 미니 LED TV를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LCD TV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미니 LED보다 우수한 마이크로 RGB 기술을 통해 중국과 차별화를 강조하고 있다. 더 작은 소자 크기, LED의 순도와 광제어 기술 등 근본적인 기술력이 중국 제품에 비해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은 LCD 마이크로 RGB TV의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오는 9월 미국 시장에 신제품을 선보이고 해외 판매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품군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종포 상무는 “초대형 화면이 주는 몰입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115형 모델을 먼저 선보였고 내년부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성은 OLED TV 판매도 강화하며 LCD와 OLED를 아우르는 프리미엄 투트랙 전략을 공격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4월 열린 TV 신제품 간담회에서 “올해 OLED TV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확대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1등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