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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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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CPI 발표에 ‘9월 빅컷’마저 거론…인플레 폭등 왜 없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13 11:46

7월 CPI 또 예상치 부합…9월 금리인하 기정사실

관심사는 ‘빅컷’ 여부…블랙록 등 “타당하다”

美 기업들, ‘관세 전가’ 제한적…인플레 억제 요인

트럼프 상호관세 이달 발효…“연말까지 물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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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폭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하의 적기를 놓져 빅컷(기준금리 0.5% 인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8%)를 하회했다. 이는 지난 6월(2.7%)과 동일한 수준이기도 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7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전월 대비 각각 3.1%, 0.3% 오르면서 전문가 예상치(3.1%·0.3%)와 부합했다. 7월 근원 CPI는 6월의 2.9%에서 상승폭이 더 커졌지만 시장 예상 범위에 머무른 데다 서비스 물가가 크게 올라 9월 금리인하가 확실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블룸버그통신은 “항공료, 레크리에이션, 의료 서비스 등의 물가가 올들어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며 “관세 정책에 노출된 장난감, 스포츠용품, 가구 및 가정용품 등은 오름폭이 지난달보다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고용시장이 크게 둔화된 것으로 확인된 와중에 관세에 따른 물가 충격이 7월에도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시장에선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94.3%로 반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앤드류 슈주로프스키 모기지 및 증권투자 공동총괄은 “시장은 예상치를 상회하는 물가 지표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런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며 “연준은 이중 목표 중 물가 묵표보다 고용 목표를 더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9월 빅컷을 예상하는 주장도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7월 물가지표는 지난 몇 달 동안 보았던 것보다 약간 강했지만 두려워했던 것보다 낮았다"며 “이에 연준이 9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며 50bp(1bp=0.01%포인트) 인하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리건 캐피탈의 스카일러 웨이난드도 9월 빅컷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진짜로 고민해야 할 것은 9월 금리 0.5%포인트 인하 여부"라며 연준이 지난 7월 금리를 동결한 이후 5~6월 고용 증가 수치가 대폭 하향된 점을 언급했다. 이어 “연준이 당시 수정된 지표를 손에 들고 있었다면 6월, 7월에 금리를 내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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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이렇듯 미국 물가가 7월까지 '깜짝 급등'하지 않았던 배경엔 기업들이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크게 전가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마진 범위 내에서 관세를 흡수하자 인플레이션이 대체적으로 예상 범위에 머물렀다"며 “이에 연준은 9월 금리인하를 통해 고용시장 둔화에 대비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타도 “관세 영향이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기업들이 마진 압박을 용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미자영업연맹(NFIB)이 발표한 7월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답한 기업들의 비중이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한 28%로 집계됐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또 이날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인플레이션 양상이 9%대로 치솟았던 2021~2022년 수준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주거비용 안정화 등을 비롯한 디스인플레이션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어 관세에 따른 영향이 앞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연준이 9월은 물론 10월과 12월에도 금리를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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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9월 금리인하를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나온다. CPI가 예상된 범위내 발표됐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연준이 신중한 태도를 계속 보일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아나 웡 이코노미스트 등은 “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우려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더 크게 올라 9월 금리인하가 확실히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지난 7일부터 발효돼 인플레이션 추이가 장기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히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 스위스, 인도, 브라질 등은 관세율이 상향됐다.


뱅크레이트의 그레그 맥브라이드는 “폭풍 전 고요와 같다"며 “관세가 이달 들어 새로 발효된 만큼 소비자에게 완전히 전가되는데 몇 달이 걸릴 수 있겠지만 인플레이션은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투 레이트(결정이 항상 느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금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한다"며 “그가 너무 늦게 행동함으로써 발생된 피해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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