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박규빈

kevinpark@ekn.kr

박규빈기자 기사모음




대한항공 옥좼는데 LCC가 ‘휘청’…공정위 규제의 역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28 16:11

제주·티웨이항공, 잇달아 인천-괌 단항…소비자 “환불·대체편 혼선”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에 좌석 90% 이상 유지 조치 내려

대한항공·진에어 물량공세로 이어져 LCC에 불똥 공급 불균형 심화

업계 “6년 전 잣대, 현 시점과 괴리…공정위, 유연한 시장 대응 필요”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간판. 사진=박규빈 기자

▲서울 강서구 공항동 소재 대한항공 본사 간판. 사진=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좌석 공급량 유지 규제가 '역설의 결과'를 낳고 있다.


대한항공과 자회사 진에어는 규제에 따라 운항을 늘려 공급석을 확대했지만, 오히려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노선 철수에 나서 규제당국의 조치가 실효성을 잃고 오히려 시장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항공은 동계 기간에 해당하는 오는 10월 27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인천-괌과 부산-다낭 노선에 단항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와 같이 결정한 이유는 고환율과 소비자들의 여행지 선택지 경향의 변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으로 하여금 좌석 공급량을 2019년 대비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한 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 재개할지는 확언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해당 노선 항공권에 대해 제주항공은 지난 6월 연간 최대 할인 프로모션 '찜(JJIM) 특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단항 기간 중에 항공권 예매를 해둔 소비자들에게는 환불 또는 진에어·에어서울 등 타 저비용 항공사(LCC)의 대체편으로 보상해주고, 대한항공 프레스티지(비즈니스)석 등은 단가가 맞지 않아 제외된다는 게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인천-괌 노선 운항을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중단한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영업 부서에서 스케쥴 조정을 이유로 3주일 간 비운항 조치를 내렸다"며 “예약분에 대해서는 유관 부서에서 수수료 면제·취소 등 소비자들이 원하는 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제주항공과는 달리 티웨이항공은 대한항공의 좌석 공급량에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제주항공·티웨이항공 여객기. 사진=박규빈 기자

인천-괌 노선은 최근 여행객들의 선호도가 낮아져 탑승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공정위의 합병 조건에 근거해 운항 편수를 대한항공은 주 14회에서 21회로, 진에어는 주 7회에서 14회로 늘리면서 좌석 공급량이 대폭 늘었다. 두 회사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로, 인천-괌 노선에 하루 5회 다니는 셈이어서 다른 LCC들보다 좌석 공급 능력이 월등해 경쟁사들이 물량 공세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게 항공업계 중론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2022년 2월 22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조건부 기업 결합 승인을 내리며 구조적·행태적 조치 사항을 부과했다. 이후 2024년 12월 12일 외국 경쟁 당국의 심사 완료와 코로나19 상황 종식 등을 고려해 시정 조치 내용 중 일부 내용을 변경·구체화 하기로 결정하기로 했고, 이 과정에서 2019년 대비 좌석 공급량 90% 이하 축소 금지 조항을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운수권·슬롯 반납 등 구조적 조치가 부과된 34개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의 구조적 조치 이행 완료 시까지, 구조적 조치 없이 행태적 조치만 부과된 6개 국내 벽지 노선에 대해서는 기업 결합일로부터 10년 간 행태적 조치를 준수토록 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 효과 분석을 위해 소비자·시민단체·경쟁 항공사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반영했고, 대한항공과 타사 간의 공급 능력 격차 등을 기준으로 각 노선별로 경쟁 제한성을 판단했다고도 밝힌 바 있다.


당초 경쟁 당국은 대한항공의 시장 내 전횡이 우려된다며 세부 규제안을 내놨지만 LCC들이 대한항공과의 경합 노선에서 발을 빼고 있어 결국 의도대로 시장이 흘러가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규제 기준은 6년 전 시장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현 시점과는 괴리가 있다"며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