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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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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엔 챗GPT, 집안엔 로봇…AI 품은 건설사들의 ‘변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06 06:00

안전·편의·돌봄, AI가 건설사의 새 무기
굴뚝산업서 첨단산업으로…건설업계 패러다임 전환 가속

GS건설 본사

▲OpenAI 담당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를 방문해 직원들과 프로그램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GS건설

전통적 '굴뚝산업'의 대명사로 불렸던 건설업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AI는 안전·편의·돌봄을 아우르며 건설업을 전통적 시공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원펜타스와 경기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에 거주하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홈 AI 컴패니언 로봇' 실증 사업을 시작했다. 소가구 노인을 위해 제작된 이 로봇은 △정서 교감을 위한 말동무 △응급 상황 알림을 맡는 집사 △복약 알림을 담당하는 간호사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번 실증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주관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공익재단·로봇 전문기업 로보케어와 함께 진행한다. 수개월간 약 40가구에 로봇을 보급해 서비스 유용성과 개선점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높이 30cm, 무게 4kg 남짓의 이 로봇은 음성 인식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고, 가구 구조를 매핑해 장애물을 피해 주행한다. 삼성물산은 “고령화 시대에 맞춰 노년층의 정서적 교감과 건강 관리에 기여하겠다"며 “기존 주거 사업과 연계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업무 혁신에는 GS건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오픈AI의 기업용 솔루션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오픈AI 본사 관계자가 참여한 워크숍을 열고, 데이터 처리·고급 프롬프트 기법·외부 시스템 연계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GS건설은 해당 시스템을 활용해 기술·계약 검토, 설계 도면 분석, 견적·예산 검토 등 고난도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현장 장비 조기 이상 감지와 안전 관리에도 AI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내부적으로 'GPT 챔피언 프로그램'을 신설해 직원들을 AI 전문가로 육성하고, 현업 과제 해결에 직접 참여시키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실질적인 안전 강화와 생산성 제고에 직결되는 방식으로 현장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AI 도입은 단순한 업무 보조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전국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을 AI로 분석해 사고 가능성이 높은 현장을 선별하는 '안전상황센터'를 가동 중이다. DL이앤씨는 자율주행 드론과 AI를 결합해 외벽 균열·누수 등 하자 유형을 판별하고, 보수까지 이어가는 시스템을 수십 개 현장에 적용했다.


입주민 편의도 한층 강화됐다. GS건설은 '자이 AI플랫폼'을 통해 공기 질을 자동 분석·환기하는 공기 관리 시스템(시스클라인)을 운영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하이오티(Hi-OT)' 브랜드를 내세워 AI 수면환경 서비스 'Hey, Sleep',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프로그램 등을 선보였다.


AI는 건설사의 미래 전략 수립에도 투입된다. 포스코이앤씨는 10년치 주택 수급·가격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전국 200여개 지역의 시장 흐름을 예측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AI 스타트업과 손잡고 건설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 AI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39억 달러(약 5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2년에는 226억 달러(약 3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24%를 웃도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AI가 가격 예측과 원가 관리의 불확실성을 줄여 재무 안정성까지 연결된다"며 “건설사가 단순 시공업체를 넘어 첨단 산업 주체로 거듭나는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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