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휘날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기. 사진=한국경영자총협회 제공
국내 노동 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의 격차가 지난 20년간 고착화됐고, 특히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고령층과 청년층의 세대 간 경합이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분석해 2004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가 심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로 평가받는 대기업 정규직은 '철옹성'이 됐고, 그 안에서는 고령층 고용만 급증하며 청년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 중 대기업 정규직은 11.9%(264만3000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8.1%(1950만1000명)는 중소기업에 종사하거나 비정규직인 '여타 부문' 근로자로 나타났다.
두 집단 간의 근로 조건 격차는 뚜렷했다. 여타 부문의 월평균 임금 총액은 288만원으로 대기업 정규직(497만원)의 57.9% 수준에 그쳤다. 평균 근속 연수 역시 대기업 정규직은 12.14년인 데 반해 여타 부문은 절반 이하인 5.68년에 불과했다.
이러한 임금 격차는 지난 20년간 개선되지 않고 50% 중후반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사회보험 가입률과 퇴직급여·상여금 수혜율 등 복지 수준에서도 대기업 정규직은 대부분 100%에 육박했지만, 여타 부문은 60~70%대에 머물러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지난 20년간 대기업 정규직으로의 진입 장벽은 한층 더 높아졌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004년 10.40년에서 2024년 12.14년으로 늘어난 반면, 신규 채용률(근속 1년 미만자 비중)은 같은 기간 9.6%에서 6.5%로 감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도 2012년 27.9%에서 2024년 19.9%로 추세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역설적이게도 진입 장벽이 높아졌음에도 대기업 정규직 일자리의 총량은 여타 부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2004년 대비 2024년 대기업 정규직 고용은 83.6% 증가했지만, 여타 부문 고용은 48.0% 증가에 그쳤다.
경총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인력 적체'를 지목했다. 2013년 도입된 '정년 60세 법제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 인력의 퇴직이 지연되면서 고령층 고용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별 고용 추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20년간 고령자(55~59세) 고용은 492.6% 폭증했으나, 청년(23~27세) 고용은 오히려 1.8% 감소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정규직 내 고용 비중은 고령층이 2004년 2.9%에서 2024년 9.3%로 크게 늘고, 청년층은 13.7%에서 7.3%로 줄어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은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같은 기간 고령자 고용은 777.0%나 급증한 반면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경총은 노동 시장 이중 구조 해소를 위해 '맞춤형 유연 안정성' 제고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노동 시장 경직성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약 12%)에 대해서는 고용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직된 연공급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유연 근무제를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연성은 높지만 고용 안정성이 낮은 여타 부문(약 88%)에 대해서는 사회 안전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직업 능력 개발 지원을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현재의 이중 구조는 청년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라며 “특히 정년 60세 법제화로 대기업 정규직 내 세대 간 일자리 경합이 더욱 치열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맞춤형 유연 안정성 제고를 통해 포용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노동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