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고려아연 CI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금전적으로 동원해 영풍을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등 무관한 대기업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고려아연 경영진을 형사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의 소모적 소송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풍, “고려아연, 8억원 동원해 여론 조작·주총 개입" 주장
11일 영풍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를 상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 측이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액트는 영풍을 공격할 명분을 쌓기 위해 고려아연과 무관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이마트 등 20개 대기업에 집중 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액트가 국내 대표 기업들에도 집중투표제를 요구했으니, 영풍에 대한 주주제안은 자연스럽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은 2024년 9월 3일 자 '고려아연-액트 프로젝트 경과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영풍의 저평가를 액트가 단독으로 거론할 경우 이해관계 상충 이슈에 휘말릴 수 있기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을 거론하며 자연스럽게 영풍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영풍은 밝혔다.
영풍은 고발장에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이 2024년 4월 액트와 연간 4억원, 총 8억원 규모의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을 통해 액트가 소액주주연대 운영, 의결권 위임장 수거 등 사실상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역을 수행했으며, 이는 주주 의결권 행사에 관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상법(제634조의2)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가 아닌 특정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제도를 도구화하고 다른 기업의 명예를 희생시켰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심각한 사례로 규제기관의 신속한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 “적대적 M&A 세력의 소모적 소송…흔들림 없이 막아낼 것"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11일 즉각 반박 입장을 내고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공격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왜곡과 짜깁기에 기반한 주장을 앞세워 또다시 소모적인 소송전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액트와의 계약에 대해 “'기업분석 및 주주행동 관련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주주총회 컨설팅 업체와 체결한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고발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영풍과 함께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제2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같은 일이 고려아연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적대적 M&A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 시도 이후 무려 24건의 소송이 발생했다"며 “국가기간산업을 단순한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행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층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주주 행동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