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근거 없는 부정선거 소송의 실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18 11:01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 선거가 부정으로 조작되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은 미국 사회에서도 조직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을 부정선거의 피해자로 주장했던 바라 이러한 음모론은 쉽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이름은 그럴듯한 “국제공정선거연합 산하 국제선거감시단"이라는 조직이 미국 내에서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이 조직에는 2025년 대통령선거가 끝난 뒤 한국에 방문하여 소란을 일으켰던 미국 한 대학의 한국계 교수와 변호사 등이 가담해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확산시키는 조직들도 미국까지 진출했다. 2025년 7월에는 트루스포럼이라는 한국의 청년 단체가 미국에 지부를 설치했다고 한다. 한국 트루스포럼을 이끄는 인물이 공교롭게 미국 메릴랜드에 주소지를 가진 재미동포 목사인데 이 목사는 국제선거감시단의 대표격인 그 한국계 미국 교수와 함께 트루스포럼의 미국 지부 대표를 맡고 있다. 극우 보수 성향의 목사와 교수 사이의 콜라보다.


이들은 미국 의회 관계자, 미국 의회 주변에 있는 싱크 탱크 관계자, 보수 시민 단체 활동가 등에게 부정선거론을 전파하고 있다. 영문으로 작성된 자료가 이메일을 타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고 부정선거 주장을 정당화하는 중이다. 특검의 정당한 수사와 압수수색을 기독교와 통일교에 대한 종교 탄압이요 숙청이라고 포장하는 내용이 요소요소에 퍼진 것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이 벌어지고 혁명이 일어난 것 아니냐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들에게는 조직력도 있고 자금력도 있다. 영향력도 행사하고 주목도 더 받으면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들은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물리칠 객관적인 논리와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해진다. 한국에서는 부정선거 음모론이 2020년 국회의원선거 이후 급증하기 시작했다. 대통령선거 불복소송은 2002년에 4건, 2007년에 0건, 2012년에 5건, 2017년에 7건, 2022년에 11건으로 많지 않았다. 국회의원선거 불복소송은 2004년에 9건, 2008년에 4건, 2012년에 5건, 2016년에 12건에 불과했는데 2020년에 126건으로 폭증했다가 2024년에 34건을 기록했다.


여기에서 주목할만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 모든 소송에서 대법원이 선거 부정을 인정하는 판결을 단 한 건도 내린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록적인 선거불복 관련 소송이 제기된 2020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총 126건 가운데 21건은 소장각하 또는 소취하이고 나머지 105건은 모두 기각 또는 각하로 끝났다. 2022년 대통령선거 이후 제기된 소송 가운데 일부는 현재 진행 중인 사건으로 남아 있지만 대세는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다른 특징 하나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 한 신문사가 2020년 국회의원선거 이후 제기된 모든 선거무효와 당선무효 소송 167건을 전수조사하여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도했다. 2020년 선거 소송이 126건에 달했지만 실상 100건 이상의 소송 청구 이유와 취지가 아주 똑같았다는 것이다. 전국의 253개 지역구에 거의 절반에 가까운 선거구에서 똑같은 내용을 복사한 뒤 원고만 조금씩 바꿔가면서 무더기로 골탕먹이기 식의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일반 유권자들은 이 정도 되면 마치 전국에 부정선거가 만연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126건의 소송 가운데 불과 4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소송이었다. 나머지 122건의 소송은 10명 정도의 부정선거 음모론 변호사들이 모여서 '복붙 소송장'을 제출하는 기획 소송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의 의회는 물론 대통령에게까지 전파되는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실체가 전혀 없다. 지금까지 선거불복 소송에서 대법관들은 자신의 진보와 보수 성향을 떠나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판결해왔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대해 “아무 증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라고.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널리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전파하고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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