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새도약기금 출범식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현판을 제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배드뱅크'가 '새도약기금'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최근 경기부진,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만큼 이들의 부채 부담을 덜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특단의 부채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했다.
새도약기금을 통해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실시하고, 7년 미만 연체자 등 기금 매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연체자에는 특별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한시로 운영한다.
1일 금융위원회,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서울 중구 신용회복위원회 본사에서 '새도약기금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정훈 캠코 사장, 양혁승 새도약기금 대표이사,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협약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새도약기금이라는 명칭은 올해 7월부터 8일까지 국민공모를 접수한 후 심사 과정을 거쳐 최종 선정됐다.
새도약기금은 상환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를 지원하고자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연채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채무조정하는 프로그램이다. 엄정한 소득·재산 심사를 거쳐 정말 갚을 수 없는 경우에만 소각한다. 금융사 및 공공기관이 보유한 금융채권을 지원하며, 사행성·유흥업 관련 채권, 외국인 채권 등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총 재원은 8400억원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재정 4000억원이 투입됐고, 금융사가 약 4400억원을 출연한다. 금융권 기여금액 가운데 은행이 3600억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부담한다. 이어 생명보험사 200억원, 손해보험사 200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 300억원, 저축은행 100억원이다.

▲새도약기금 세부 추진 내용. (자료=금융위)
새도약기금은 이달부터 연체채권 매입을 시작해 향후 1년간 협약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일괄 인수한다. 이후 행정데이터를 수집해 채무자의 보유 재산 및 소득 심사를 거쳐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소각 또는 채무조정을 단행한다.
중위소득 60% 이하(1인 가구 기준 월 소득 154만원 이하) 또는 생계형 재산을 제외한 회수 가능한 자산이 없는 경우 상환능력 상실자로 판단해 채권이 완전 소각된다. 중위소득이 60%를 초과하거나 회수 가능한 자산은 있지만 채무액에 미달하는 경우 30~80% 원금 감면, 분할상환 최장 10년, 이자 전액감면, 상환유예 최장 3년 적용 등이 지원된다.
만일 중위소득 125%를 초과하거나 회수 가능 자산이 채무액을 초과하는 경우 추심을 재개하고, 법적 조치 등을 통해 상환을 요구한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상환능력 심사 없이 연내 우선 소각을 추진한다.
정부는 새도약기금으로 총 16조4000억원 규모의 장기 연체채권을 매입하고, 총 113만4000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새도약기금이 협약 참여 금융사로부터 대상 채권을 일괄 매입함에 따라 채무자가 별도 신청하는 절차는 없다. 금융사가 새도약기금에 채권을 매각할 때, 새도약기금이 상환능력 심사를 마쳤을 때 각각 채무자에게 개별 통지된다.
금융위는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5년 이상 연체자에 대해서는 새도약기금과 동일한 수준의 특별 채무조정을 3년간 지원한다. 5년 이상 연체자는 최대 80%의 원금 감면, 분할상환 최장 10년을 지원받는다. 7년 이상 연체하고 채무조정을 이행 중인 이들에게는 은행권 신용대출 수준의 저리 대출을 총 5000억원 규모로 3년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채무조정으로 장기 연체자들의 제도권 경제 복귀를 돕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소득 창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장기 연체자들은 급여 압류 공포 등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이다. 특히 장기 연체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이들로, 향후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 대응 과정에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 부담은 크게 확대됐고, 대출금리 상승, 극심한 내수 부진으로 취약계층, 소상공인의 부채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사회 통합 차원에서 특단의 채무조정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채무조정을 통해 빚의 굴레에 갇혀 있던 분들이 다시 경제 활동 주체로 복귀한다면 고용시장, 소비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새도약기금이 단순한 부채 탕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상환능력을 상실한 분의 재기 지원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신뢰와 공동체 연대를 강화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