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106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겹친 2분기,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이 한층 커졌다. 금융권 대출이 석 달 새 2조원 늘며 사상 처음 107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3개월 새 2조원↑…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한국은행이 12일 국회 양부남(더불어민주당)•박성훈(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106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1067조6000억원)보다 2조원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집계는 한은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서 약 100만 명의 대출자를 표본으로 삼아,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이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이들의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산한 결과다.
대출을 종류별로 보면 사업자대출이 723조3000억원, 가계대출이 346조300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기관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2분기 말 75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8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대출자 수가 175만7000명에서 173만8000명으로 줄면서 1인당 평균 대출액은 네 분기 연속 4억3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이처럼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자영업자는 사실상 추가 대출이 어려운 한계 상태로 보고 있다.
전체 연체는 줄었지만, 저소득층만 역주행
전체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2분기 말 기준 19조원으로, 1분기(20조1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줄었다. 연체율도 1.88%에서 1.78%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30%의 자영업자만 놓고 보면 상황이 정반대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141조3000억원으로 석 달 새 3조8000억원 늘었다. 중소득(30~70%)층과 고소득(상위 30%)층이 각각 1조2000억원, 7000억원씩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저소득층의 연체율은 1분기 1.92%에서 2.07%로 상승하며 2013년 3분기(2.84%)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대출 증가는 은행보다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81조2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늘었고, 상호금융권 대출은 48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증가했다. 두 부문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취약차주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며 경고했다. 특히 연체 진입률과 지속률이 동반 상승하는 등 부실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