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AFP/연합)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불거졌던 미중 무역갈등이 조선업에 이어 농업 분야까지 확산하고 있다. 양국은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화의 여지를 열어놓으면서도 서로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강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이 의도적으로 미국의 대두를 사지 않는 것으로 믿고 있다. 우리 대두 농가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것은 경제적으로 적대적인 행위"라며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우리는 식용유 및 다른 교역 품목과 관련된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식용유를 손쉽게 생산할 수 있어 중국으로부터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식용유와 대두는 비교적 흔한 식품이지만 미국 정부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에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중국이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고 있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중국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6130만톤의 대두를 수입했는데 이중 70%가 브라질산이었다. 미국산은 25%에 그쳤다. 또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량의 3분의 1(120억 달러·약 17조 원) 가량을 구매했지만, 지난 5월 이후부터 구매를 중단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미국의 중국산 식용유 수입은 전년 대비 52% 급증한 127만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산 식용유가 헐값에 미국에 들어오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초 해외 식용유를 사용한 바이오연료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입산 식용유 사용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나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중 100% 추가 관세'를 예고한 이후 나왔다.
앞서 그는 지난 10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맞서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對)중 수출 통제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 대상 수수료 부과 정책을 전날 시행하자 중국은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하고 미국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다만 관세 부과 시점인 11월 1일 전까지는 대화를 통해 해결점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고, 미중 양국은 물밑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미중 고위급 당국자들이 최근 불거진 갈등에 대해 논의를 지난 13일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도 그들과 함께 경로를 모색하는 데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해결되리라고 생각한다"며 “미리 확정하고 싶지 않지만 기회가 될 때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낙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중국과 괜찮은 관계를 갖고 있기에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낙관론을 펼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역시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싸우려면 끝까지 할 것이고, 대화하려면 대문은 활짝 열려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은 광범한 공동 이익과 광활한 협력 공간을 갖고 있고, 양국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