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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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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양극재 수출 호조…‘석화 구조조정’ 구원투수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1.17 16:34

도요타 북미법인에 양극재 첫 공급…GM에도 내년부터
美서 3조원 추가 계약…내년 테네시 공장 가동 본격화
美 EV 보조금 폐지에 캐즘 장기화…버텨야 성과 가시화
中 내수 진작·가격 경쟁력도 변수…脫중국 공급망 과제

LG화학 미 테네시 양극재 공장

▲LG화학이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양극재 공장의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이 북미 시장에서 양극재 공급을 본격화하면서 고부가가치 중심 사업구조 재편의 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 입장에선 실적 개선과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양극재 중심의 첨단소재사업 성공은 매우 절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기자동차(EV)의 일시적 수요 부진(캐즘)을 버티고, 탈(脫)중국 공급망을 구축하는 전략에 더욱 집중하면서 양극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구축하는데 힘쏟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3분기 중 도요타 북미 공장에 EV용 양극재 164억원어치를 첫 공급했다. 도요타 북미법인과 2023년 10월부터 오는 2030년 말까지 총 22억달러(2조9000억원)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의 일부이다. 당시 전체 계약물량만 8만~9만톤으로 추정됐다.


아울러 LG화학은 오는 2035년 말까지 187억달러(25조원) 규모의 계약을 맺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지엠(GM)에 내년부터 EV용 양극재 공급도 본격화한다. 공급량은 최소한 50만톤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양극재, 신성장동력 중 하나…북미 전기차 공급망 핵심역할 기대

최근 북미 시장에서 새 일감도 확보했다. 지난 12일 미국 기업에 EV용 양극재를 오는 2029년 7월까지 공급하는 약 26억달러(3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판매물량은 10만~11만톤으로, 공급 대상은 전기차 생산기업으로 추정된다.




활발한 해외실적 기록을 보이고 있는 양극재 사업은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석화산업 부진 속에서 사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꼽은 3대 신성장 동력 중 하나다. 전동화(electrification)의 핵심 수단인 배터리 수요가 많아질수록 양질의 양극재 수요도 늘어나는 산업 특성을 감안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사업 시너지를 낼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양극재 전체 판매 중 외부 고객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생산설비 투자(캐펙스)도 늘었다. 첨단소재 부문 캐펙스는 지난해보다 37.2% 늘어난 1조3170억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3분기 말까지 집행된 캐펙스는 1조540억원으로, 석유화학부문의 551억원을 앞섰다.


LG화학은 내년을 양극재사업 성장의 '모멘텀(전기)'로 설정하고 북미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준비를 해 왔다. 경북 구미에 중국 화유코발트와 세운 합작법인(JV) 공장은 화유코발트 지분을 49%에서 24%로 줄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에 대응했다. 동시에 남은 지분(25%)을 도요타통상에 넘겨 도요타와 전기차 공급망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실용적 전략을 취했다.


미국 테네시주에 짓고 있는 연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 공장은 LG화학이 북미 완성차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 올해 말까지 설비 투자가 마무리된 뒤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LG화학은 지난달 LG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LG화학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첫 양극재 상업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며 “이는 미국 내 차세대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고객사 '탈중국 밸류체인' 수요 대응 전구체 생산 확대·국내기업 협력 강화

다만, 전동화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인 만큼 캐즘을 어떻게 버텨내느냐가 LG화학 사업구조 전환의 관건으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전기차 캐즘이 더 길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가 IRA에 근거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끊으면서 도요타를 비롯해 북미 현지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생산 조절과 보수적 재고 운영에 나서고 있다. 캐즘이 길어질수록 양극재 출하가 확 늘어날 시기도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여파로 올해 3분기 기준 첨단소재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약 8380억원과 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 95% 감소했다. 전지소재 부문 매출이 1760억원가량으로 82% 줄어들었다.


중국이 전기차 내수 확대 기조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글로벌 양극재 시장에서 치고 나오는 점도 변수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삼원계 기준 글로벌 완성차에 쓰인 양극재 총량 중 중국 론베이(Ronbay) 사가 10만t으로 가장 많은 14%를 차지했고, LG화학이 6t(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움직임을 계기로 나타나는 탈중국 이차전지 소재 공급망 강화가 LG화학에 반사이익으로 다가오지만, 중국 양극재 산업이 세계 전기차 시장 입지를 더 넓히기 전에 우수한 기술 경쟁력과 어느 정도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놔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서정운 LG화학 첨단소재 경영전략부문담당은 지난 10월 31일 실적 설명회에서 “미·중 정세 불확실성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상존하기에 고객사들의 '탈중국 가치사슬(밸류 체인)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미 확보한 전구체 생산 능력을 이용하는 등 탈중국 전구체 공급망관리(SCM)를 보강하고, 국내 전구체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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