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이 24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5년도 연구성과 발표회'를 열고 있다. 사진= 이원희 기자
건물 난방을 화석연료 대신 전기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히트펌프가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탄소배출권 가격을 톤당 5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히트펌프 설치비를 절반까지 낮추며,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을 때에야 수소혼소 가스보일러와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히트펌프 확산을 뒷받침할 열에너지 정책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4일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2025년도 연구성과 발표회'를 열고 건물부문 탄소중립 전략을 논의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건물부문 탄소중립을 위한 열에너지 효율화 및 통합관리 전략'을 주제로 히트펌프 역할과 정책 방향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히트펌프는 전기를 사용해 공기·지열·수열 등 주변의 열을 끌어올려 냉난방과 온수를 동시에 공급하는 설비로, 화석연료 난방을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 기술로 꼽힌다. 정부도 최근 발표한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히트펌프를 '대한민국 녹색전환(K-GX)' 추진 과제에 포함하며 건물 탈탄소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현재 비용 구조만 놓고 보면 히트펌프의 자발적 확산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오세신 에경연 연구위원은 히트펌프와 가스보일러의 균등화열생산비용(LCOH)을 6개 시나리오로 비교한 결과를 공개했다.
그 결과, 5개의 시나리오에서는 공기열 히트펌프의 LCOH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왔고, 공기열 히트펌프에 가장 유리한 조건이 제시된 시나리오5에서만 수소혼소 가스보일러보다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나리오5에서는 탄소배출권 가격을 톤당 5만원으로 높이고, 히트펌프 설치비를 50% 낮추며,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때 공기열 히트펌프의 LCOH는 기가칼로리(Gcal)당 13만1859원으로 나타나 가스보일러(수소 혼소) 13만9581원보다 낮았다. 하지만 이때도 순수 가스보일러(12만4443원)와 열병합발전 기반 난방(11만9639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3년 평균 배출권 가격인 톤당 9490원을 적용한 현실적 조건에서는 공기열 히트펌프 LCOH는 19만5643원까지 올라 가스보일러(11만4145원)와 열병합발전(11만2547원) 대비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배출권 가격 인상과 설비 비용 절감, 전기요금 체계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히트펌프가 기존 난방체계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책적 지원 없이는 시장 확산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오 연구위원은 “히트펌프는 초기 설치비가 가스보일러보다 7배 이상 높아 소비자 부담이 크다"며 “열에너지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법·제도 차원의 정책 거버넌스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열에너지 탈탄소화 법적 명문화 △열에너지 전환법 제정 △난방 연료공급자에 대한 탄소세 또는 배출권 부과 △히트펌프 설치비 보조와 세액공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히트펌프 보급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종우 에경연 연구위원은 그린리모델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열 보강, 고효율 냉난방장치 도입, 신재생에너지 설치,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구축 등 기존 건물 성능 개선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910만㎡ 건물에 그린리모델링 의무를 적용할 경우, 누적 약 22만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까지 그린리모델링을 확대해야 건물부문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며 “공공이 선도적으로 나서 시장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경연 발표회] “소규모 태양광에 더 높은 REC, 재검토 필요”](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24.de3e319f5cb747a3aa616cc0062177bb_T1.png)





![[에경연 발표회] 공기열 히트펌프, 사실상 ‘경제성 없음’ 판명](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24.b92670ea050f41b1a1d25f7c8902706b_T1.png)



![[김성우 시평] 탄소규제 강화와 기업의 고민](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40324.49bb7f903a5147c4bf86c08e13851edc_T1.jpg)
![[EE칼럼] RE100 안해도 된다](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40318.dbd99c8761244ca3b29e7374368ee5d8_T1.jpg)

![[박영범의 세무칼럼] 우리 회사는 이렇게 세무조사 안 받았다](http://www.ekn.kr/mnt/thum/202511/news-a.v1.20250116.41e6cfc2696b4e1289faf0d284854fb6_T1.jpg)
![[데스크 칼럼] 차기 서울시장의 조건](http://www.ekn.kr/mnt/thum/202511/news-p.v1.20251123.14cf6ac622f04bbb8d92ca6558291437_T1.jpg)
![[기자의 눈] 울산·포항·서산 분산에너지 보류, 에너지전환 정치리스크](http://www.ekn.kr/mnt/thum/202511/news-a.v1.20251121.a8c58eec092f4c988b0ec1cbd8f5f94c_T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