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미얀마에서 실시한 조림 시범사업.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감축사업(REDD+)으로 진행됐다. (사진=산림청)
지난달 정부는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5 NDC)를 확정했다.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를 줄이는 게 목표다.
61%를 감축한다고 했을 때, 지금부터 2035년까지 줄여야 할 부문별 연간 배출량을 보면 전력부문이 1억4830만톤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수송부문이 6070만톤, 산업부문의 6030만톤, 국제감축이 3400만톤, 건물이 2080만톤, 탄소 포집저장(CCS)이 2030만톤이다.
국제감축을 통해 해결해야 할 양이 4번째로 많다. 결코 만만치 않은 양이다. 파리기후협정이 체결되던 2015년 이후 정부가 해외 감축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는 손에 잡히는 성과는 전무하다.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세운 국외 감축 계획은 2030년 기준으로 연간 9600만톤이나 됐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트럼프 시대 COP30 결과와 향후 전망' 토론회에서는 파리협정 이행이 본격화한 국제 기후체제 속에서 한국의 해외감축(파리협정 제6조 메커니즘)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마무리된 직후 열린 이날 행사에는 국회 김영배·김건·서왕진 의원을 비롯해 서울국제법연구원, 한국법제연구원, 한국기후변화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지난 1일 한국경제인협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국외 온실가스 감축 라운드테이블 열려 토론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파리협정 10년, 약속의 시대에서 이행의 시대로"
기조강연을 맡은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서울국제법연구원장)은 COP30을 “국제 기후체제가 중대한 변곡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 회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절차가 재개된 상황을 언급하며 “글로벌 리더십 공백, 미·중 경쟁, 기후협상의 재정치화가 맞물리며 국제질서가 재편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떠나지만 반드시 돌아온다"며 “복귀 후 재편될 질서를 선제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동적 기후외교가 지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일 행사에서 기조강연에 이어 해외감축 라운드 테이블의 좌좡을 맡은 고려대 정서용 교수.(사진=강찬수 기자)
특히 그는 파리협정 6조(국제감축)를 “단순한 탄소 크레딧 제도를 넘어 외교·산업·경제·안보가 결합된 국가 전략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한국이 감축 기술·산업 역량을 활용해 개도국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조계연 기후환경과학외교국 심의관은 기조발제에서 “이번 회의는 파리협정 10주년, 제1차 전지구 이행점검(GST) 이후 첫 COP이라는 의미가 컸다"며 “국제사회가 '이행 중심 체제'로 완전히 전환하는 분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이 2035 NDC를 발표하며 국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고, 탈석탄 동맹(PPCA) 가입 등 주요 조치를 내놨다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 전반에서는 “국제적 기대와 현실의 격차, 선진국·개도국 간 재원 논쟁, 컨센서스 체제의 구조적 한계가 뚜렷했다"고 덧붙였다.
◇해외감축 논의 집중… “이제는 실적이 필요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파리협정 제6조 국외감축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정부·산업계·연구기관 관계자들이 심층 토론을 벌였다. 파리협정 6.2조에 따른 국제 감축은 여러 나라가 협력해 감축 사업을 실시하고, 그 감축 성과(ITMOs)를 다른 나라로 이전해 자국의 NDC 달성에 활용하는 메커니즘이다.
김경혜 외교부 기후변화과장은 “6.2조 국제감축은 여러 국가가 협력해 만들어낸 감축 실적을 한 나라가 이전받아 NDC에 활용하는 제도"라며, 현재 한국은 9개국과 협력협정·MOU를 체결했고 몽골과는 세부 이행규칙까지 합의해 법적 기반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 규모가 아직 작아 대형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처별 역할, 감축실적 배분, ODA와 국제감축의 경계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했다.
홍승우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국제감축팀 사무관은 한국 NDC에서 해외감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며, “2030년까지 3750만 톤의 해외감축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크레딧 실적이 거의 없다"고 현실을 짚었다. 그는 “단순 부처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수요 창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해외 감축으로 달성할 3400만 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톤당 2만2000원을 기준으로 7480억 원의 최소 예산이 필요하며, 이는 다년간에 걸쳐 거치해야 하므로 실제 재원은 더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초원 산업부 팀장은 몽골과의 협력을 사례로 소개했다. 정 팀장은 “울란바토르의 대기오염 문제 해결과 연계한 석탄 사용 개선, 측정·보고·검증(MRV) 체계 구축 등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라며 “현지 수요에 기반한 실질적 감축사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업 분야는 산림파괴 방지를 통한 감축사업(REDD+) 등 대규모 감축이 가능한 영역으로 꼽혔다. 이우섭 산림청 해외자원담당관실 사무관은 “온두라스 등은 국가 단위로 수천만 톤의 감축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며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참고 사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진솔 해양수산부 국제환경전략팀 사무관은 맹그로브 등 블루카본(해양 흡수원)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과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 울란바트로 외곽 게르촌의 겨울철 대기오염. 질 나쁜 연료나 쓰레기를 태워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오염이 극심하다. 몽골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사업도 해외 감축 사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미국 LA Children's Hospital)
◇“사업 참여 민간 기업의 리스크 줄여야"
이 자리에서는 국제개발협력과 해외감축의 관계도 논의됐다. 손승희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팀장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은 개도국 지원 목적이므로 감축실적(ITMOs)을 선진국이 가져가는 데 사용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법·제도·MRV 거버넌스 구축 등 감축사업이 가능해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의 기여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기후변화·ESG법제팀장은 “탄소중립법의 국제감축 규정은 청정개발체제(CDM) 시대의 틀에 머물러 있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COP30에서 확정된 이행규칙과 국제 룰을 반영한 국내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입장을 설명한 대한상의 김녹영 탄소감축인증센터장은 “투자 위험과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선뜻 해외감축에 뛰어들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조율 등을 국가가 일원화하고, 성과 기반의 확실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이대로 가면 2035년 NDC 달성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 센터장은 민간 경제 주체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장기적 일관성과 제도적 효율성, 성과 기반의 재원 조달 방식 마련, 인센티브 제공 등을 주문했다.
해외 감축사업은 최소 3년이 걸리고 투자금 회수까지는 10년이 소요되므로, 장기간 일관된 정책과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여러 국가 기관이 특정 개도국과 각각 협상하면 개도국 입장에서는 국내 기관 중에서 입맛에 맞는 곳을 고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통합적 접근과 기관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이울러 자발적 탄소 시장(VCM)보다는 6조 메커니즘을 선택하도록 기업을 유도하기 위해, 배출권거래제에서 우수한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감축, '선택' 아닌 '필수'… 한국의 전략적 과제
이날 토론회 전체를 관통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국은 이제 해외감축을 '선택지'가 아닌 '필수 수단'으로 인식하고, 국가 차원의 전략·거버넌스·법제·재원을 모두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리협정 제6조는 단순한 탄소 거래를 넘어, 외교력 확장과 개도국 협력, 한국 기술·산업의 해외 진출, 글로벌 기후경제 체제에서의 경쟁력 확보까지 연결되는 복합적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제 감축 업무를 총괄하는 주무 부처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고, 각 부처에 할당량이 정해진 것도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큰 그림의 메시지를 분명히 내놓을 필요가 있고, 우리 정부와 기업, 상대 호스트국 3자가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기업의 참여를 위한 원스톱 지원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기후질서를 설계하는 중견 리더 국가가 되어야 한다." 정서용 교수의 이 말은 한국이 맞닥뜨린 과제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COP30을 지나면서 한국의 해외감축 전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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