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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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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 발생에도 한반도 올겨울은 춥지 않다는 예보…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12.05 16:17

기상청, 올겨울 약한 라니냐 발생 예보
3개월 예보에선 ‘춥지 않는 겨울’ 전망
열대 라니냐의 한반도 영향은 제한적
대신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중요
북극진동 같은 변동성에는 주의해야

퇴근길 도로에 쌓이는 눈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홍대 부근에 눈이 내리는 가운데 도로에 눈이 쌓이고 있다. 이날 밤서울 등 수도권 등에 많은 눈이 내려 퇴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사진=연합뉴스)

기상청은 지난 4일 “열대 동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점차 하강해 이번 겨울 약한 라니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라니냐가 나타나면 평년보다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데, 엘니뇨·라니냐 예측모델에 따르면 겨울철 동안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온도는 평년보다 0.5℃ 낮을 것으로 예측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상청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겨울철 3개월(2025년 12월~2026년 2월) 전망에서 한반도의 기온은 평년 수준이거나 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겠다고 예보했다. 라니냐의 전통적인 영향인 '추위'와는 다소 거리가 먼 예보다.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예보는 올겨울 춥지 않을 것이란 예보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엘니뇨-남방진동(ENSO)이 한반도 겨울철 기온을 결정하는 “유일하거나 지배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게 기후 과학계의 최근 연구 결과와 관련이 있다.


엘니뇨 라니냐

▲엘니뇨 시기(왼쪽)과 라니냐 시기의 대기·해양 상태(오른쪽) 비교. 깊은 바다의 찬 바닷물이 상승하지 않으면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나타나고, 찬 바닷물이 상승하면 수온이 하강하는 라니냐가 나타난다. (자료=미 해양대기청)


◇라니냐 영향력, 생각보다 크지 않다




라니냐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의 해마다 변동하는 특징을 나타내는 현상으로, 과거 통계적으로 볼 때 라니냐 해의 겨울철 한반도 기온은 평년보다 낮고 강수량은 적은 경향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기후 과학자들과 기상청 예보관들은 ENSO만으로는 한국 겨울 기온 변동성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화여대 허창회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이 지난 10월 '아·태 대기과학 저널(Asia-Pacific Journal of Atmospheric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허 교수팀은 1920년부터 2023년까지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니뇨(Niño) 3.4 지수와 한국 겨울 지표 기온(SAT) 사이의 상관관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만 단지 미약한 수준(r=0.2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NSO가 기온의 연간 변동성을 설명하는 양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라니냐나 엘니뇨 해에 기온 편차가 ±0.5 표준편차를 초과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의 34%에 불과하며, 가장 극심했던 한파와 고온 현상 모두 ENSO 중립 기간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니뇨 3.4 지수는 ENSO의 주요 지표로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3.4 감시 구역 (5°N–5°S, 170°W–120°W) 내의 해수면 온도(SST) 데이터로 계산한다. 니뇨 3.4 지수가 +0.5보다 높으면 엘니뇨 겨울로, −0.5보다 낮으면 라니냐 겨울로 분류된다.


ENSO 중립기간이란 니뇨 3.4 지수 값이 -0.5와 +0.5 사이에 있을 때로, 엘니뇨 또는 라니냐 발달 기준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엘니뇨 라니냐

▲3개월 이동평균된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 편차 시계열.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으면 엘니뇨, 0.5도 이상 낮으면 라니냐로 구분된다. 1950년 이후 엘니뇨는 24회, 라니냐 16회 발생했다. (자료=마 해양대기국)


◇한반도 기온, 중위도 변수들이 지배


한반도 겨울 기온에 ENSO보다 더 강력하고 안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위도 및 고위도 기후 변수들이다.


일본 쓰쿠바대학 연구팀이 최근 '지구물리학 연구 회보(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동아시아 겨울 몬순(EAWM) 지수와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겨울 기온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각각 r = -0.80 및 r = -0.70).


ENSO의 영향은 EAWM,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WNP SSTs), 북극진동(AO) 등 다른 주요 변수들에 비해 미미했다. 이는 열대 지역의 ENSO 신호가 중위도 동아시아 연안 지역으로 전파되면서 약해졌고, 이 지역에서는 다른 중위도-고위도 기후 패턴이 우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 AO)은 북극 주변을 돌고 있는 강한 소용돌이(vortex)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중위도 및 고위도 기후 변동성을 나타내는 핵심적인 지표 중 하나다.


AO 지수 값이 +0.5보다 크면 양(positive), −0.5보다 작으면 음(negative) 위상을 갖고, 그 사이는 중립으로 분류된다. 북극진동이 음의 상태일 경우, 제트기류가 약화되어 북극의 찬 공기가 동아시아로 남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우리나라의 기온을 하강시키고 해수면 온도도 낮아질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AO는 동아시아 겨울 몬순,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WNP SSTs)와 함께 엘니뇨-남방진동(ENSO)보다 한국 겨울철 기온 변동성에 대해 더 강하고 안정적인 연관성을 보인다.


출근길 강추위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내려가며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 3일 아침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외투 모자를 쓴 시민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상청 3개월 예보: 라니냐 영향력 제한적 해석


기상청은 이러한 복합적인 기후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겨울 3개월 전망을 발표했댜.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라니냐 발달 가능성이 있는 기간에도 기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전체적인 전망은 라니냐의 전통적인 '추위' 경향과는 달랐다.


12월과 내년 1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ENSO 외의 요인들, 예를 들어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우리나라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해 기온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북극해(바렌츠-카라해)의 바다얼음 감소 영향으로 찬 대륙고기압이 유입될 가능성도 있어 기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2월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대체로 높을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 스칸디나비아반도로부터 전파되는 대기 파동이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을 강화시켜 기온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약한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나, 기상청의 3개월 전망은 라니냐 신호가 약화되고 중위도 및 고위도의 대기 순환 패턴(EAWM, 시베리아 고기압, AO, WNP SSTs 등)이 한반도 기온에 더욱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분석과 일치한다.


올겨울은 라니냐 자체의 영향보다는 복합적인 기후 감시 요소들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기온을 보이겠지만, 찬 공기 유입 가능성이 상존해 기온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라는 게 기상청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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