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해안에 밀려온 쓰레기들. (사진=강찬수 기자)
▲.
전 세계 해양이 플라스틱 혹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이 문제를 다루는 연구 결과가 여러 저널을 통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들 논문은 이미 알려진 것보다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바다에 들어간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에 휩싸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전 지구적 압력: 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의 연대
플라스틱 오염과 인위적인 기후 변화는 지구 생태계에 가해지는 수많은 압력 중 잠재적으로 가장 시급한 위협으로 간주된다. 특히 이들이 '공동 스트레스 요인(joint stressors)'으로서 함께 발생할 때 그 위험이 증폭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지난달 '프론티어스(Frontiers)'란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플라스틱과 기후변화, 이 두 가지 문제는 유한 자원의 과소비라는 동일한 근본 원인을 공유하며, 20세기에 화석 연료 소비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구 평균 기온[주황색], 이산화탄소 배출량[파란색] 및 플라스틱 생산량[청록색]의 비교. (자료=F.J. Kelly et al., Frontiers, 2025)
플라스틱은 탄소 기반의 폴리머로 구성된 복잡한 물질이다. 내구성·유연성·발수성 등 고유한 특성 덕분에 현대 사회의 기본 요소이자 상징적인 물질이 됐다.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은 1950년 200만톤 미만에서 2023년에는 4억톤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매년 약 2200만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바다 등 자연환경으로 유입되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환경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고, 느린 환경적 풍화 과정을 거치며 큰 플라스틱(5㎜ 초과)에서 미세플라스틱(MPs, 5㎜ 미만) 및 나노플라스틱(NPs, 1㎛ 미만)으로 파편화된다. 이러한 작은 입자들은 육상·대기·수생 환경 전반에 걸쳐 어디나 존재하는 오염원이다. 2019년에만 도로 교통, 가정용 직물, 폐수 슬러지 등 주요 출처를 통해 약 270만톤의 미세플라스틱이 환경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2023년 6월 베네수엘라 미란다 주 파파로 해변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롯한 쓰레기가 쌓여 있다. 병원 폐기물, 병과 플라스틱 용기, 나무 등 수많은 쓰레기가 과이레 강과 투이 강을 따라 베네수엘라의 미란다 주와 아라과 주를 흐르면서 파파로 해변의 하구를 통해 해변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기후 변화: 플라스틱 오염을 악화시킨다.
기온 상승, 자외선 강도 증가, 습도 증가와 같은 온난화 조건은 산화·광분해·가수분해를 통해 폴리머의 분해를 가속화하고 풍화를 심화시킨다. 실제로 기온이 10°C 상승하면 플라스틱 분해 속도가 두 배가 될 수 있다. 이는 플라스틱이 잘 깨지도록 만들고, 표면 균열을 가속화해 미세플라스틱 방출을 촉진한다.
또한, 플라스틱 생산 과정에서 색상·유연성·발수성 등을 위해 화학 물질을 첨가하는데, 이들 물질은 발암 물질이거나 신경 독성 물질, 내분비 교란 물질일 수도 있고, 이 가운데 많은 수가 독성이 강한 물질이기도 하다. 플라스틱이 풍화되면 화학 첨가제가 더 많이 녹아나오게 된다. 아울러 미세플라스틱은 환경에 존재하는 다른 독성 물질을 쉽게 흡착하기도 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극심한 폭풍과 홍수는 플라스틱 잔해의 이동과 파편화를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주요한 경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매립지나 노천 쓰레기장에 쌓이는데, 이 시설들은 도시 중심부 근처의 저지대나 홍수 평원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 홍수나 침식에 매우 취약하다. 방글라데시와 같이 인구 밀도가 높고 저지대인 지역에서는 홍수 시 플라스틱 이동이 4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장기간에 걸쳐 해빙(바다얼음)이 형성되는 동안 해수면의 인공 입자들이 모이고 농축되기 때문에, 해빙은 미세플라스틱을 오랜 시간 저장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녹으면서, 이 저장소는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오염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연구팀이 빌프랑슈쉬르메르 인근 지중해에서 채취한 해수 샘플 속 미세플라스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심해 퇴적물로의 미세플라스틱 운반 경로
최근 유럽의 연합 연구팀은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바다 밑바닥에 쌓이는 쓰레기 문제를 짚었다. 연구팀은 “해저는 해양 쓰레기의 궁극적인 저장소인데, 미세플라스틱은 복잡한 물리적, 생물학적 메카니즘을 커져 심해 퇴적물까지 도달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 연구 센터는 '환경 과학 기술(Environmne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북태평양 해수에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당 8∼2600개 범위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표층의 플라스틱 농도가 높은 지점(hotspots)과 수층 전체 깊이별 평균 농도가 높은 지점 사이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분석은, 표층에 떠 있던 플라스틱 잔해가 풍화나 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아래로 침강하는 “낙진(fallout)" 가설을 뒷받침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북태평양 해수면(330μm 초과 대형 미세플라스틱, 왼쪽)과 다양한 수심의 수층(11μm 초과 소형 미세플라스틱, 가운데), 그리고 퇴적물(오른쪽)의 플라스틱 입자 농도 분포. (자료=R. Rynek et al., Environmental Sciecne and Technology 2025)
원래 해수보다 밀도가 낮아 부력을 갖는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같은 미세플라스틱은 밀도가 증가해야 심해로 침강할 수 있다.
이러한 밀도 증가는 생물학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먼저 미생물이나 조류가 플라스틱 표면에 부착해 생물막을 형성하면 입자의 부피 밀도가 높아져 침강이 시작된다. 또,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응집체(marine snow)나 동물성 플랑크톤이 배설한 분변 펠릿(fecal pellets)에 통합되면 밀도가 증가하고 침강 속도가 빨라져 심해로 운반된다.
◇수층 내에서의 복잡한 이동 경로
일본 규슈대학 응용역학연구소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서 태평양에서 작은 미세플라스틱(SMPs, 10−300 µm)을 조사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밀도에 따라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먼저 '약한 침강' 경로다. 밀도가 해수와 거의 중립에 가까워져 약하게 침강하는 SMP는 해수면에서 노출되는 등밀도면(isopycnal surface)을 따라 잠입해 표층 바로 아래 '아(亞)표층'에 축적된다
두번째는 '강한 침강'이다. 해수보다 밀도가 훨씬 무거워져 강하게 침강하는 SMP는 해수면과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영역인 중층수 아래의 깊은 층으로 운반된다.
이 외에도 유럽팀의 논문에 따르면, '해저 협곡(육지의 계곡처럼 해저에 깊게 패여 형성된 골짜기 지형)'이 플라스틱과 육상 쓰레기의 상당량을 심해로 운반하는 주요 통로 역할을 한다.
◇생태계 영향: 복합 스트레스와 저서 생물 교란의 역할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기후 변화 스트레스 요인이 결합했을 때, 육상 및 수생 생태계에서 상호작용 효과가 발생한다. 이는 먹이 사슬의 더 높은 영양 단계에서 더욱 강력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높은 수온에서 미세플라스틱 오염에 노출된 물벼룩(Daphnia magna)의 사망률이 증가하고 번식력이 감소했다. 담수 어류의 경우, 나노플라스틱과 온도가 상승작용을 일으켰는데, 독성을 증가되면서 DNA 손상이나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물을 걸러서 먹이를 먹는바다의 홍합은 미세플라스틱 오염과 해양 산성화가 결합했을 때 소화 효소 활동이 현저히 저해됐다. 먹이 사슬 상위에 위치하며 크기가 크고 수명이 긴 수생 생물종은 이러한 복합 스트레스 요인에 가장 취약했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저 퇴적물에 최종적으로 저장되는데, 여기서 바닥에서 사는 저서생물과 미세플라스틱의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저서생물은 퇴적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퇴적물을 교란하게 된다. 저서생물의 교란 활동은 미세플라스틱을 더 깊은 퇴적층으로 이동시켜 장기적으로 격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동시에 저서생물의 교란활동은 생물학적 재부유(resuspension) 및 재분배를 통해 저서 생물들의 미세플라스틱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중국 난카이대학 연구팀은 '환경 과학 기술'에 발표한 논문에서 “저서 생물 중에서도 굴과 같은 여과 섭식종은 이동성 포식자(게·새우)보다 미세플라스틱을 훨씬 더 많이 축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에서 제트 방울이 생성되는 과정. A. 파도가 부서지면서 작은 물방울(파란색)이 생기는데. 그 속에 미세플라스틱(붉은색)이 들어있다. B. 작은 물방울이 생기는 모습. C. 작은 물방울 속에 미세플라스틱(화살표)이 들어있는 모습. [자료: PNAS Nexus, 2023]
◇태풍은 미세플라스틱을 다시 육지로 보낸다
중국 노팅엄 닝보대학 연구팀은 동중국에서 2023~2024년 세 번의 태풍(Doksuri, Gaemi, Bebinca)이 발생하는 동안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MP) 침적 샘플을 수집, 태풍이 대기 MP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연구는 '환경 과학 기술'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 결과, 태풍 기간 동안 MP 침적률이 ㎡당 하루에 6291~1만2722 개로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비(非)태풍 기간 대비 최고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러한 침적 수준은 상하이의 4배, 런던의 16배 수준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48~779 개/m²/일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태풍 기간에는 플라스틱 성분이 다양해졌다. 비태풍 기간의 4~5종류에 비해 9종류나 됐다. PET와 PVC와 같은 고밀도 폴리머를 포함해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280 µm) 비율이 높았다. 이는 해양에서 기원한 미세플라스틱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태풍이 해수 혼합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의 수직 운송을 강화하고, 기포가 터지면서 생긴 포말을 통해 재부유 및 대기 방출을 촉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태풍의 강한 바람과 난류는 수심 200~300m의 수온약층까지 침투해서 바닷속 고밀도 미세플라스틱을 바다 표면으로 이동시키는 수직 혼합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원 연구진이 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강찬수 기자)
◇모니터링 과제와 정책적 대응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은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바다 쓰레기의 주요 저장소인 해저는 깊이 200m 이상인 영역 중 이미지화된 부분이 0.001%에 불과할 정도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해저에 쌓인 대형 쓰레기(2.5㎝ 초과) 모니터링은 원격 조정 무인 잠수정(ROV), 자율 수중 차량(AUV) 등을 활용한 비파괴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특히, 잠수 협곡과 같이 쓰레기의 통로 역할을 하는 곳에 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노력이 필요하고, 아울러 국제 플라스틱 폐기물 무역에 대해서도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 플라스틱 오염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인 해답은 환경으로의 플라스틱 배출을 빠르고 의미 있게 줄이는 것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기존의 3R(Reduce, Reuse, Recycle, 감량과 재사용, 재활용)을 넘어 재설계(redesign), 재고(rethink), 거부(refuse)와 같은 요소들을 포함하는 6R의 순환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형 경제에서 순환 경제로의 플라스틱 경제 전환을 위한 정책 및 원칙. (자료=F.J. Kelly et al., Frontiers, 2025)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해결책은 불필요한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제거하고, 신규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전 세계적 제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플라스틱 오염이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미세플라스틱 및 나노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기후 스트레스 요인과 통합해서 연구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정책 및 조치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기후 신호등] 미세플라스틱 수프가 된 바다…태풍이 도로 뱉어낸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17.27e5d4ab1cf64b76aca4bbba711ecd4d_T1.png)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고려아연 美 제련소 투자 ‘빛’인가 ‘빚’인가](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0.d19079801dc542c9abc4030b1aa5e546_T1.jpg)
![[머니+] 일본 기준금리 30년래 최고에도…엔화 환율 더 오른 이유는](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20.ad642d10cb684f159a4fa43e0f4af567_T1.jpg)




![다각화 만능 아니다…금융지주 수익 안정의 ‘전제 조건’ [이슈+]](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19.ee9d97e6e80d452f84159f54b2d0f94e_T1.jpg)

![[EE칼럼] 국산 가스터빈 발전기의 미국 수출에 대한 소고](http://www.ekn.kr/mnt/thum/202512/news-a.v1.20251218.b30f526d30b54507af0aa1b2be6ec7ac_T1.jpg)
![[EE칼럼] 석유화학 구조조정, 부생수소 공백이 온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321.6ca4afd8aac54bca9fc807e60a5d18b0_T1.jpg)
![[김병헌의 체인지] 대통령, 반도체 앞에서 원칙을 묻다](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40625.3530431822ff48bda2856b497695650a_T1.jpg)
![[박영범의 세무칼럼] 국세 탈세 제보, 최대 40억 원 포상금 받는 방법](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0116.d441ba0a9fc540cf9f276e485c475af4_T1.jpg)
![[데스크 칼럼] AI 시대, ‘한국형 ODA’의 새 기회](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07.29ff8ca49fc342629b01289b18a3a9ef_T1.jpg)
![[기자의 눈] 저당(低糖)과 딸기시루](http://www.ekn.kr/mnt/thum/202512/news-p.v1.20251218.9437523556564053bbb620b7e1b1e0e4_T1.jpe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