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전 IAEE 부회장
에너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에너지 사용과 경제성장과의 상관(相關)관계에 관한 연구는 사뭇 고전적인 주제로 여겨진다. 1차산업혁명의 중심 기술인 증기기관의 연료로 석탄이 널리 사용되게 된 18세기 이후 지금까지 에너지와 경제성장은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다. 내연기관의 발명과 석유, 그리고 전기와 모터의 발명에 이르기까지 산업혁명을 이끈 대표 기술에는 대표 에너지원이 함께 해 왔다.
요즈음은 그 자리를 반도체나 AI가 차지하고 있는 것 같지만, 해방 이후 우리나라의 눈부신 경제 발전과 산업 성장에 에너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수많은 학술논문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에너지사용과의 상관관계가 양(陽)의 값을 가지는 관계임을 밝히고 있다.
선진국들은 진작에 에너지 사용과 경제성장간의 관계를 간파하고는 적극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국가적 관심을 가져왔다. 19세기 식민지 개척의 중요한 이유로, 그리고 20세기 세계대전 발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에너지가 꼽히고 있으며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전쟁 역시 에너지가 중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20세기 말 온실가스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면서, 지속가능한발전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에너지사용량과 경제성장과의 상관관계에 빗대어 설명하였다. 즉, 청정에너지로 에너지원을 바꾸게 되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이 온실가스 배출량과는 같이 가지 않되 에너지사용량과는 여전히 같이 갈 수 있다는, 이른바 비동조화(decoupling) 이론이 그것이다. 이후 수많은 학술 연구가 이를 증명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경제성장과 에너지 사용과의 인과(因果)관계에 관한 연구와 논의, 즉, 경제성장이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원인인지, 아니면 에너지 사용이 경제성장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연구로 들어오면 그 논의의 내용과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 상관관계가 높다고 해서 인과관계가 꼭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또한 성립한다면 인과관계의 방향이 어느 쪽이냐는 이슈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서 연구마다, 국가마다 다른 결과를 보였다. 심지어는 같은 국가임에도 시기에 따라 다른 인과관계를 보여 학자들의 주요 관심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산업이 발달하면서 국가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는 에너지 사용이 주로 산업에서 일어나게 되기에 에너지 사용이 원인으로, 경제의 성장이 결과로 나타나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 우리나라의 1970~80년대가 그러하였는데, 산업이, 특히 중화학공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에너지사용이 늘어났고, 산업의 발달이 경제를 견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동 국가와 같이 에너지 수출로 부자가 된 나라에서는 경제성장이 원인이고 에너지 사용이 결과로 나타난다. 즉,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늘어나자 더 큰 차를 타고 다니고 또 더 큰 집에 살면서 다양한 가전제품을 사용하게 되어 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도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러한 인과관계가 나타나곤 한다. 금융이나 전문서비스업과 같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할 때도 인과관계는 경제성장이 원인으로, 에너지 사용이 결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에너지 사용이 원인이 아니라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 에너지 절약 정책이나 효율화 투자가 더욱 크게 설득력을 갖는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더라도 경제성장에는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기 떄문이다. 온실가스 없는 경제성장에서 더 나아가면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제조업이 여전히 성장의 중심인 우리나라는 새해에도 에너지가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선진국이나 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전력의 충분한 확보가 에너지 공급 정책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이 경제성장으로 인한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는 현재에는 공급 정책 못지않게 관심을 두어야 하는 분야가 바로 에너지 효율의 개선일 것이다. 지난 40여 년 내내 일본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에너지 효율로는 에너지 사용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자랑하기는커녕,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낭비라고 지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성 높은 상품이 많아진다면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도 좋아질 것이다.
병오(丙午)년 새해에는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통하여 그 혜택이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도록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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