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학로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명예교수
“우리는 페라리를 만들고 있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던진 이 한마디는 21세기 '극장주의'를 상징하는 선언문과 같다. 그는 영화관을 하나의 '성소(Sanctuary)'로 격상시키며, 집에서 영화를 소비하는 행위는 진정한 영화적 경험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그의 '극장주의'는 역설적으로 영화의 어원적 기원과 현대 매체의 진화 방향을 오해하고 있다. 우리가 '시네마(Cinema)'라고 부르는 대상의 본질은 공간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움직임의 서사'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시네마의 어원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선보인 '키네마토그래프(Cinématographe)'의 혁신은 바로 '이동성'에 있었다. 무거운 상자에 갇혀 혼자 들여다봐야 했던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와 달리, 키네마토그래프는 촬영과 영사를 겸비한 가벼운 장치였다. '움직임'을 뜻하는 '키네마(Kinema)'와 '기록하다'는 '그래포(Grapho)'가 결합한 이름처럼, 시네마의 본질은 움직임을 기록하고 재현하는 기술 그 자체에 있다. 그것은 결코 '특정한 건축물'에 귀속된 개념이 아니었다.
초창기 키네마토그래프는 카페, 장터, 야외 광장 등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휴대용 장치였다. 오히려 영화를 극장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가둔 것은, TV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업 자본이 선택한 전략적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카메론의 주장인 극장주의는 시네마의 본질적 정의라기보다, 산업화 시대가 구축한 특정 관람 방식에 대한 향수에 가깝다.
흔히 극장의 대형 화면만이 몰입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주인공의 고통에 눈물 흘리고 그 운명에 연민을 느끼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 감정의 파동은 스크린의 물리적 크기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주인공의 선택이 나의 삶과 겹쳐지는 순간, 화면 속 인물과 현실의 내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될 때 영화는 비로소 시작된다. 이러한 정서적 밀착은 좁은 방 안의 작은 화면에서도 얼마든지 뜨겁게 일어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의 목적이 감정의 정화, 즉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보았다. 주목할 점은 이 정화의 과정이 화려한 무대장치(Spectacle)가 아닌 '플롯(Plot)'을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카타르시스는 관객의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정서적 폭발이지, 공간이 주는 압도감이 아니다.
따라서 '영화관=영화'라는 명제는 논리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은 넷플릭스 영화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쓰는 현실은 극장이 '필요조건'이 아님을 증명하며, 반대로 영화관에서 게임 중계를 한다고 해서 그것을 영화라 부르지 않는 것은 공간이 '충분조건'이 아님을 보여준다.
영화를 영화답게 만드는 것은 공간의 외피가 아니라 그 내부를 채우고 있는 시간의 조각들이다. 결국 '어디서 볼 것인가'는 취향의 문제일 뿐 본질의 문제가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의 페라리가 전용 트랙(극장)에서 가장 화려할지는 모르나, 영화라는 이름의 이동수단은 일상의 모든 골목과 광장을 누빌 때 진정한 대중 예술로서의 생명력을 얻는다.
시네마는 영화관이라는 장소의 감옥을 탈출할 때 비로소 더 위대해진다. 당신이 주인공과 하나 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바로 그 지점이 영화와 만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순간이다. 위기의 시대, 영화의 어원이 품고 있는 '이동성'과 '본질'로 돌아가는 것에서 우리는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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