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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담합”…CJ·삼양사 등 ‘밀가루 밀약’ 의혹, 공정위 심의 절차 돌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2.20 12:59

이재명 “영구 퇴출” 경고 속…밀가루 담합 7개사 공정위 심판대
심사보고서 발송…‘가격 재결정 명령’ 20년 만에 발동 여부 관심

'설탕 담합' 사건 심의결과 설명하는 주병기 공정위원장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3개 설탕 제조판매 사업자의 담합사건 심의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공정위는 씨제이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행위 금지명령과 시정명령, 그리고 과징금 총 4천8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담합 행위에 대해 “시장에서 영구 퇴출"까지 거론하며 강력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밀가루 가격 담합 의혹이 20년 만에 다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위가 국내 주요 밀가루 제조·판매사업자 7곳이 6년간 가격 및 물량 배분 담합을 해온 것으로 보고 심의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 사무처는 19일 대선제분, 대한제분, 사조동아원, 삼양사, 삼화제분, CJ제일제당, 한탑 등 7개사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전원회의에 제출했다.


국내 7개 제분사 CI

▲국내 7개 제분사 CI [한국제분협회 홈페이지 캡처]

심사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7개사는 국내 밀가루 기업간거래(B2B) 판매시장에서 88%의 점유율(2024년 기준)을 보유한 사업자들로,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밀가루 판매가격 및 물량배분 담합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매출액은 5조 8888여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담합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 “B2B 판매 시장에서 수요처를 상대로 납품 가격을 높게 하는 담합이 있었고, 물량 담합은 각 사별로 수요처별 납품 물량을 나눠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B2B에서 비싼 가격으로 구매가 이뤄진 만큼 그에 따른 소비자 가격 상승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사관은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 및 제3호(물량배분 담합)를 위반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관련 법령에 따라 관련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최대 1조1600억 원 규모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조사 의견을 담은 것으로 위원회의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앞서 검찰도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5년에 걸쳐 이들 7개사가 밀가루 가격 변동 여부와 변동 폭·시기 등을 합의했다고 결론짓고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추산한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 원이다.


이번 조사는 공정위가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담합행위 근절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 반에 걸쳐 진행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당 과장을 포함해 5명이 별도 TF를 만들어 진행했다"며 “담합 사건 평균 조사 기간이 최소 1년에서 1년 반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4개월은 굉장히 빠른 속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건 처리 속도와 관련해 “대통령의 민생물가 관련 지시가 사건을 집중적으로 빠르게 조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도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설탕, 밀가루, 육고기, 교복, 부동산 등 경제산업 전반에서 반시장적인 담합 행위가 뿌리 깊게 퍼져 있다"며 “반시장적 행위가 반복될 경우 아예 시장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은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형사처벌보다 경제 이권 박탈 등 실질적 경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분업계의 담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5년 공정위가 12개 제분업자 단체의 밀가루 가격 공동 인상 합의에 시정조치를 명령했고, 2006년에도 대규모 담합이 적발됐다. 검찰은 2006년 담합으로 적발된 인물이 제재받지 않고 계속 근무해 대표이사에까지 오른 뒤 최근 담합에도 가담했다고 밝혔다. 제분 7사 중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설탕 담합으로도 최근 공정위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담긴 혐의에 관한 각 업체의 의견을 제출받은 뒤 전원회의를 열어 담합 여부를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7개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내에 서면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신청 등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건 처리 절차 규칙상 최소 8주의 의견 제출 기간을 부여하도록 하고 있어 전원회의 개최는 그보다 더 뒤로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원회의에서 담합이라고 결론짓는 경우 시정명령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주병기 위원장은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누차 표명해왔다. 20년 만에 같은 명령이 다시 발동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민생과 밀접한 품목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제분업체들은 2006년 담합 적발 당시에도 과징금과 함께 60일 이내 밀가루 판매가격을 다시 결정해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8개 업체에 과징금 435억 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고, 가격 재결정 명령 이후 약 5% 가격 인하가 이뤄졌다.


최근 담합 의혹이 불거지자 일부 제분사는 밀가루 가격을 4~6%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설탕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는 조사 개시 후 세 차례 가격을 인하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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