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사법3법'(법왜곡죄 신설·재판소원제 도입·대법관 증원)을 두고 사법부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연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 동안 조 대법원장 사퇴론은 당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조 대법원장이 '사법3법' 강행처리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5일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지 않고 버티면서 이번 갈등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민주당, 조희대 '탄핵론'까지 등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및 시·도당 공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당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퇴도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무능·무지할 뿐만 아니라 국민 정서에도 반하고 번지수도 잘못 잡고 있다"며 “지금 사법개혁에 대한 저항군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출근길에서 '사법3법'과 관련해 “갑작스러운 대변혁이 과연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역시 같은 발언을 두고 “국민이 입혀 준 법복 입고 '헌법과 법률' 뒤에 숨으면 썩은 냄새까지 사라지는 줄 아느냐"고 직격했다. 앞서 박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조희대 대법원장의 '법'은 이미 권위를 상실했다"며 “하루속히 사퇴하는 것만이 '법'의 신뢰를 회복하고, '법원'을 바로 세우고, 후배 판사들이 '판사'의 한 조각 자부심이라도 갖게 하는 길"이라고 썼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공청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범여권 일부에서는 사퇴 요구를 넘어 탄핵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범여권 의원 모임인 공정사회포럼은 지난 4일 '조희대 탄핵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한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사법개혁도 몹시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조계원 민주당 의원도 “사법 독립은 조 대법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며 “사퇴하지 않으면 곧바로 탄핵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사퇴 찬성" 54.6%...갈등 장기화 전망도
▲노태악 대법관(맨 오른쪽)이 지난 3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천대엽 대법관의 모습(오른쪽에서 두번째, 세번째)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갈등이 대법관 인사 문제와도 맞물려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준일 시사정치평론가는 “현재 노태악 대법관 후임 인사가 임명되지 않은 상황이고, 앞으로도 왜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될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와대나 대법원장 중 한쪽에서는 타협을 해야하는데 지금처럼 장기화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최근 조 대법원장이 법왜곡죄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미 통과된 법에 대해 사법부 수장이 저항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며 “그래서 '사퇴하라'는 요구가 더 거세게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근본적으로는 민주당은 내란 문제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며 “사법부도 내란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그 책임의 정점에 조 대법원장이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 역시 일정 부분 사퇴 요구에 힘을 싣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해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54.6%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절반 이상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에 찬성 입장을 보인 셈이다. 최 평론가는 “대통령 지지율이 60%로 높고,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보다 높은 것은 국민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완전히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진 사퇴 가능성 낮아…지선서 민주당에 부담될 수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개혁 완수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실제로 사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이 부여한 소임을 다하겠다"며 사실상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평론가는 “조 대법원장이 6·3 지방선거까지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서 이 문제가 지방선거의 정치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민주당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 평론가는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 사퇴 압박이 지선을 앞둔 정치적 공세라고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만 보면 민주당에게도 꼭 유리한 전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치적 갈등이 길어지면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 피로감이 커지면서 민주당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민주당이 지금 이상의 강한 액션을 취하면 부정적 여론이 올라가면서 당 지지율이나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삼권분립 문제는 중도층과 보수층이 상당히 민감하게 보는 사안이기 때문에 지금은 민주당이 어떻게 할지 관망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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