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사진=AFP/연합)
미국의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심리적 저항선인 5%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불어나는 국가부채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 국채 매도로 시장에 경고를 보내는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까지 올해 들어 총 27거래일 동안 5%를 웃돌았다. 이는 전체 거래일의 약 19%에 해당한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미 장기 국채의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30년물 국채금리는 전장 대비 0.018%포인트 오른 연 5.149%에 거래를 마치며 12거래일 연속 5%선을 넘어섰다.
3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돈 전체 거래일과 연속으로 5%선 위에서 거래된 기간 모두 2007년 이후 최장 기록이다. 2007년에는 총 50거래일 동안 5%를 웃돌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2007년 당시보다 1.5%포인트 낮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당시보다 크게 낮은데도 30년물 국채금리는 같은 5%대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의 장기 국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됐던 당시보다 더 높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미국 30년물 국채의 실질금리도 올해 들어 약 0.5%포인트 상승해 3%에 근접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최고치다.
미국 국채시장 규모는 2007년 4조5000억달러에서 현재 31조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두 배로 뛰어 100%를 넘어섰다. 수년에 걸친 과도한 재정지출의 결과로 미국 정부가 부담하는 연간 이자 비용도 1조달러를 돌파했다.
막대한 부채를 조달해야 하는 국가는 미국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국 정부의 부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했다.
그럼에도 영국을 제외하면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일본과 프랑스 등 다른 주요 경제국보다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미국의 부채 부담이 동일한 'AA' 신용등급을 보유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미 달러화(사진=AFP/연합)
이처럼 미국의 초장기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배경에는 정부 재정 상황이 악화하고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누빈자산운용의 토니 로드리게스 채권전략 책임자는 “매우 높은 수준의 국가부채와 재정적자가 장기채 금리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5000억달러 넘게 자금을 조달한 것도 채권 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채권 자경단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의 재정적자가 커지거나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중될 때 국채를 대거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일컫는다. 미 장기채 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십 년간 미국 국채에 대한 강세론을 고수해온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최근 약세론으로 돌아섰다.
밴 호이징턴 창업자와 레이시 헌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서명한 최근 보고서는 더 커진 재정적자와 높은 자본 수요라는 '광범위한 구조적 환경'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과 미 장기 국채금리가 모두 상승 추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표적 채권 강세론자로 꼽히는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최근 들어 약세론으로 전환했다. 밴 호이징턴 창업자와 레이시 헌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서명한 최근 보고서에는 재정적자와 자본수요 증가라는 “광범위한 구조적 환경“을 언급하며 “인플레이션과 미 장기 국채 금리가 모두 상승 추세를 보일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심지어 레이시 헌트마저 국채 약세론으로 돌아섰다"며 “그 점은 인정할 만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5.10% 수준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약 20년 만의 최고치와 불과 0.1%포인트(10bp)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 저항선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에드워드 해리슨 블룸버그 전략가는 “미 장기채 금리에서 5%가 천장이 아니라 바닥으로 굳어지기 직전"이라며 “50일 이동평균선은 이미 5%를 넘어섰고 100일 이동평균선도 그 수준에 근접하고 있어 다음 목표치는 5.5%"라고 전망했다.
헤버포드 트러스트의 행크 스미스 투자전략 책임자는 “채권과 주식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에 가장 큰 위험은 채권 자경단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라며 재정문제에서 촉발된 '채권 시장 발작'이 발생할 경우 모든 시장 참여자들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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