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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류세 인하 아닌 세제 개편”…20년 학자의 외침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3.16 13:54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정부가 ‘경유=싼 기름’ 인식 만들어”
“유류세가 60년 넘게 시장 가격 뒤바꿔…잘못된 정책의 연장”
“최고가격제, 차 없는 사람 세금으로 운전자 기름값 지원한다”
“짜장면은 부가세 찍히는데, 기름값 세금은 왜 영수증에 없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사진=이덕환 교수

정부가 중동 전쟁 여파로 급등한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나섰다. 정부·여당은 유류세 추가 인하,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상향 등 대응책을 잇달아 검토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눈에 띄는 건 이번 유가 급등에서 경유 상승 폭이 휘발유를 앞질렀다는 점이다. “원래 싸야 할 경유가 왜 이렇게 비싸졌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20년째 주장해온 학자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고, 대한화학회장을 역임하면서 에너지·환경 정책에 대한 의견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16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유가 비싼 게 정상"이라며, 오히려 지금 정치권이 내놓는 '경유 세금 더 깎아주기' 처방이 잘못된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덕환 명예교수와의 일문일답.


- 이번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이유가 뭔가. 경유는 원래 휘발유보다 싼 연료 아닌가.


“그게 오해다. 오피넷을 살펴보면 경유의 공장도가격은 항상 휘발유보다 높다. 더 비싼 기름이다. 그런데 주유소에 오면 가격이 뒤바뀐다. 공장도가격은 경유가 더 비싼데 주유소 가격은 휘발유가 더 비싸다. 이렇게 만든 원인이 유류세다. 유류세가 경유보다 휘발유에 더 붙어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이용해서 시장을 왜곡해온 것이다. 더 비싼 기름을 '싸구려 기름'으로 인식시켜버린 것이다. 그게 비정상이다."




- 그렇다면 왜 가격 구조가 역전됐나.


“박정희 정부 때부터다. 우리나라는 1960~1990년대까지 정부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고시했다. 당시 경유는 '산업용 연료', 휘발유는 '소비성 상품'이라 해서 의도적으로 경유를 싸게 했다. 국민한테 휘발유는 고급이고 경유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완전히 고착화돼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DJ 정부 때 유류세를 도입하면서도 이 왜곡된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고, 오히려 경유 유류세를 더 낮게 설계했다."


- 환경 문제와도 충돌하지 않나.


“그게 가장 모순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발생한다. 경유차를 없애야 한다고 떠들면서 경유에 세금을 더 적게 물리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 정부 부처끼리 엇박자를 놓고 있는 것이다. 세제가 엉망이다."


- 유류세를 조정하는 것이 최고가격제보다 더 직접적인 대책 아닌가?


“유류세는 리터당 얼마로 정해진 종량세다. 기름값이 쌀 때는 주유소 가격의 40~50%까지 유류세가 차지했던 적도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그 비율이 줄어드는 구조다. 지금도 리터당 700~800원씩 세금을 걷어가면서 최고가격제를 들고나왔다는 게 우스운 것이다. 그 세금을 안 걷으면 중동 사태가 나도 기름값이 2000원을 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번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꺼낸 것은.


“최고가격제는 법에 명시된 제도지만 한 번도 가동한 적이 없는 비상 수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막혀 오일 쇼크가 실제로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극약 처방이다. 그걸 기름값이 좀 오르는 듯하니까 덜컥 꺼내 쓴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이 제도의 작동 구조다. 차를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근로소득세를 통해 차를 모는 사람의 기름값을 보조하는 구조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차를 쓰는 사람만 혜택을 받지만, 최고가격제는 차 없는 사람의 세금으로 차 있는 사람을 보조한다. 부유할수록 더 많은 기름을 쓰니 더 큰 혜택을 받는 역진적 구조다."


- 유류세를 영수증에 본 적이 없다.


“유류세는 영수증에 찍히지 않는다. 짜장면을 먹어도 부가가치세 얼마를 냈는지 영수증에 찍히는데, 기름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유류세는 소비자가 얼마를 내는지 알 수 없도록 설계됐다. 소비자가 유류세를 낸 돈을 받는 건 주유소인데, 실제로 정부에 납부하는 건 정유사다. 정유사가 유류세 징수를 대행하도록 법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 구조 때문에 영수증에 찍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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