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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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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틸법에도 못 웃는 철강업계…탈탄소·관세·노란봉투법 ‘산 넘어 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6.16 18:30

17일 시행, 저탄소·고부가 전환 경쟁력 지원 본격화
‘쿼터 ↓·고율 관세’ 무역장벽…對EU 협상 막바지
노란봉투법에 ‘노동 집약적’ 철강산업 노사갈등 확대
철근 ‘빅2’ 넘어선 설비 감축 ‘먼 길’…이해관계 복잡
고환율로 원가 상승 압박…전기료 감면 ‘업계 염원’

포스코 광양 냉연코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냉연공장에서 생산 완료된 코일 제품이 적치돼 있다. 사진=포스코


철강산업의 저탄소·고부가 전환의 교두보가 될 철강산업특별법(K-스틸법)이 17일 시행된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무역장벽과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2·3조), 고환율 같은 장벽을 넘어 산업구조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난관을 마주하고 있다.


철강산업 생존이 자체 수익성 뿐만 아니라 강재를 공급받는 전방산업과 연결된 공급망 경쟁력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철강사들은 고부가 강재 확대와 생산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100명이 넘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에 참여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K-스틸법이 17일부터 철강산업 현장에 본격 적용된다.




◇ 공급과잉 철근 등 설비 구조조정 등 철강산업 구조개편 큰 틀 제시


K-스틸법은 철강 생산 공정을 저탄소 방식으로 전환하고 고부가 강재 연구·개발과 생산 설비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정부 등의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고,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 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할 것을 규정했다.


수소환원제철을 비롯한 저탄소 철강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거나 구조 개편 과정에서 부딪힐 수 있는 기업결합 심사나 정보교환 제한 등 독과점 방지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도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도 구조개편의 큰 틀을 제시한다. 저가 재고가 시장에 많은 범용 강재의 생산 설비를 축소해야 한다고 진단하면서 반덤핑 같은 무역 제소로도 공급과잉 해소가 어려운 철근부터 설비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이 담겼다. 동시에 극저온 환경 LNG창이나 방산용 강재 같은 고부가 철강재 기술력과 생산 경쟁력을 키우는 지원책도 포함됐다.


하지만 산업구조 전환 원년을 맞이한 지금 철강사들은 여러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가장 높은 장벽은 철강 수출 1·2위 시장의 통상장벽이다. 지난해 4월 미국이 무관세 쿼터 폐지와 고율 품목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수출 자체가 어려워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른 품목과 달리 철강만큼은 미국 제조업 복원의 핵심으로 보고 지난해 4월 25% 관세를 매기고, 같은 해 6월에는 이를 50%로 높였다.


이에 지난해 기준 국내 철강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은 28억5729만달러로 전년보다 12.7% 줄었다. 특히 주요 수출 품목인 강판은 111억3517만달러를 수출해 19.9% 감소했고, 강관·강선은 12.1% 줄은 11억7354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도 철강을 콕 집어 다음 달부터 무관세 수입 쿼터(저율관세 할당량, TRQ) 총량을 1835만톤으로 기존보다 46% 줄이고, 쿼터 밖 수입재에 대해서는 관세 50%를 물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행 전까지 국가별 협상을 토대로 구체적인 쿼터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한 한국 통상당국의 협상은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EU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철강 무관세 쿼터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우호적 고려'를 요청했고, 한국과 EU 통상 당국 간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언급하기도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철강업계 간담회를 통해 “협상이 최종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정부는 우리 철강업계의 정당한 이익과 시장접근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철강사들 입장에서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CBAM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해 EU 시장 수출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상응하는 탄소인증서를 구매하는 제도다. 올해부터 인증서 구매 의무가 부과되지만 올해분에 대한 실제 구매는 1년 유예돼 철강사들이 그나마 한숨 돌렸다. 그러나 철강업이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7% 넘게 차지하는 구조 때문에 공정 구조 전반을 바꾸기 전까지 CBAM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 특별법) 내용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 특별법) 내용

▲자료=산업통상부

◇ 노란봉투법 근거 '하청노동자 원청 교섭책임 인정' 잇달아 철강사 '고민'


하청 노동자를 원청의 교섭 범위에 포함하는 노란봉투법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것도 철강사들의 고민거리다. 하청업체가 다층적으로 얽히고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노동 집약적 특성 때문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책임이 인정되는 판정이 중노위와 지노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포스코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하청 노조 등으로 교섭 단위가 셋으로 분리돼 셈법이 복잡해졌다. 아울러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한다는 취지로 조업에 직접 참여하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직고용 결정을 내렸지만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화가 없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당장은 내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성과급 150% 인상을 요구한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9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중노위에 중재를 신청했고, 19일까지 쟁의권 확보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쟁의권 확보가 가결되면 올 여름 파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포스코는 이달 12일 노사 임단협 상견례를 마쳤지만, 2주간의 집중교섭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교섭이 파행되고 있다.


쉽지 않은 설비 감축도 변수다. 철근은 내수 중심 품목이라 무역조치 같은 다른 방법으로 공급 과잉 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설비 감축에 들어갈 강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생산 역량을 보유한 강종이 철근 말고 마땅치 않은 철강사들이 설비 감축을 주저할 요인이 나타난다는 변수가 생겼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올 초부터 생산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부 철근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다른 제강사들의 철근 설비 축소 움직임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업계는 강종 다변화와 고부가화 여력의 차이 때문으로 해석한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철근을 포함한 구조용 강재의 기술력을 토대로 고부가 품목 판매를 확대할 여지가 크다. 반면 그렇지 않은 중견·소형 제강사들은 철근 설비 감축이 곧 매출 감소와 손실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 때문에 설비 감축 동참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설비를 한 번 멈춘 뒤 재가동하려면 긴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변수다.


◇ 1500원대 고환율,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등 '원가 압박' 가중


제조 원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점도 철강사들의 구조 전환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갈수록 고착화되는 고환율 기조가 대표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부터 1400원대로 올라온 데다 올해 5월 들어서는 1500원대에 진입했다.


쇳물을 붓는 제선 공정에 필요한 철광석과 석탄이 제조 원가의 3분의 2를 차지하는데, 두 핵심 원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같은 원화 약세가 철강사들에게 달갑지 않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이 쇳물을 붓는 제철소는 고환율이 제조원가 상승으로 직결되고, 제선 공정을 거쳐 탄생한 반제품(슬라브)을 외부에서 받아오는 제강사들에도 여파가 미친다.


킬로와트시(kWh)당 185.5원인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도 전력 다소비 업종인 철강산업의 원가 압박을 키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최대 80원 오르면서 같은 기간 약 40원 오른 가정용보다 35원가량 비싸졌다.


특히 고철을 재활용한 원료인 철스크랩이나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공정과 불순물 제거 공정을 거친 팰릿을 전기로 녹이는 전기로 공정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라 전기요금의 원가 영향은 더 커지고 있다. 동국제강은 국내 철강사 중 최초로 전기로를 도입했고, 현대제철은 기존 전기로 공정에 더해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를 지난 3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17일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준공식을 개최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 목소리가 업계와 입법기관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부가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등 통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하면 철강사 전기요금 감면이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K-스틸법 최종안에는 철강사 전기요금 감면 방안이 담기지 못했다.


철강산업의 고부가 전환이 성공해야 국내 제조업 공급망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철강업계가 이 같은 여러 부담 요인을 극복해 나갈 것을 요구받고 있다. 자동차와 조선, 건설 같은 전방산업의 품질 경쟁력을 고품질 강재가 뒷받침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고부가 강재 수요에 맞춰 철강산업과 전방산업 간 강종 개발 협력을 지속해야 국내 기간산업으로서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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