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층 건물 표면이 유리로 덮혀 있다.연합뉴스
미국 주택시장에서 대우건설이 부지 매입부터 사업 기획, 운영까지 책임지는 디벨로퍼가 되기 위한 밑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9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 복합개발사업 참여에 이어 올해는 뉴욕과 뉴저지로 사업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주택사업을 시작으로 미국내 에너지·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중장기적 목표 속에서 확실한 수익성을 얻을 수 있는 부촌 위주의 선별수주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미국에서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총 20건의 부동산 개발사업을 수행하며 5400세대 주택을 개발하고 1억7000만 달러(약 2300억 원) 투자 경험을 쌓았다. 뉴욕 맨해튼 트럼프 월드 타워 프로젝트 투자가 대표적인 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우그룹 분할이 있으면서 신규사업이 없었다가 다시금 미국 주택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다시 미국일까. 북미 중에서도 텍사스, 뉴욕, 뉴저지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활성화된 지역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도 진출하기 위한 장기포석이라고 설명한다. 유입 인구가 많은 부동산 선진시장에 뛰어들어 디벨로퍼로 성장하고 그것을 기반 삼아 입지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텍사스와 같은 신흥 성장 거점과 뉴욕·뉴저지 같은 전통적인 성장 거점을 순차적으로 공략했다. 텍사스는 석유, 가스 기업들이 모여 있는 전통 에너지 산업의 중심이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두 번째로 큰 주이지만 꾸준히 새로운 인구가 유입돼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서 발전이 두드러진다.
2020년 이후 텍사스 인구는 5년 만에 약 200만 명 증가했다. 이는 미국 모든 주 중 가장 큰 수치로 현재 인구는 약 3200만 명이다.
테슬라, 쉐브론, 오라클 등 주요 대기업들이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면서 2024년 기준 연간 28만 건의 일자리가 신규 창출됐다. 대규모 산업 투자, 인재 공급 등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텍사스는 반도체·에너지·우주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텍사스가 신흥 성장 거점이라면 뉴욕·뉴저지는 전통적인 성장 거점이다. 뉴욕의 월스트리트는 금융 심장부로서 미국 경제를 주도해왔다. 뉴욕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로 일시적 침체를 겪었으나 작년 8월 기준 뉴욕 평균 주택 가격은 약 81만8000달러(약 11억3600만 원)이다. 맨해튼과 브루클린 주요 지역은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고가 주택 중심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접촉한 미국 주요 디벨로퍼인 쿠슈너 컴퍼니(Kushner Companies), 톨 브러더스 시티 리빙(Toll Brothers City Living), 이제이엠이(EJME)는 고가 주택을 주로 건설하는 디벨로퍼들이다.
쿠슈너 컴퍼니는 2010년대에 투자이민 비자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고급 미국 주거 부흥을 촉진했다. 톨 브라더스는 2020년 기준 주택 건설 수익 기준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주택 건설사다. 이제이엠이는 월드 파이낸셜센터를 건립한 세계적인 개발 실적을 보유한 디벨로퍼다.
대우건설은 부촌 위주의 선별수주를 염두에 두고 이들과 공동 투자와 개발 협력을 논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고유가·고금리 압박 상황에서 건설사들은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건설사들은 리스크가 적고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울 핵심 지역 재개발·재건축에만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 주택시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난해 대우건설이 시행사로 참여한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프로스퍼 지역 복합개발사업은 신흥 부촌 수요를 겨냥한 행보다.
프로스퍼시는 미국 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아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제리 존스 댈러스 카우보이스 구단주 등 억만장자들이 토지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프로스퍼는 중위가구 연평균 소득수준은 약 19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평균 주택가격은 85만 달러(12억7300만 원)다.
전문가는 해외 진출 전략의 종착점은 '현지화(Localization)'라고 설명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도시 중심으로 시장 진출을 조금씩 타진하고 장기적으로 해외에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안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이 한국계 기업들과 만나 복합개발 사업과 공동 투자기회를 협의한 것은 현지화 추진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에이치마트(H-Mart), 인코코(Incoco) 등과 만나 그들이 보유한 핵심 상권과 개발부지에 주거와 상업시설을 결합한 복합개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에이치마트의 경우는 마트 사업의 특성상 부지에 대한 이해가 높기때문에 현지화에 적합한 파트너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업의 성패는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개발사업은 자금조달에 문제가 없어도 분양이나 임대가 안되면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디벨로퍼가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는 이유다. 자금조달·사업계획·분양·운영 전 과정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있음에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이은형 위원은 “해외 건설의 경우 중동이나 아시아에서 플랜트 사업을 하는 것이 주류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이나 선진 건설사업은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약세"라면서 “사업다각화를 통해 사업성을 개선 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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