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민주당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된 김부겸 전 총리가 8일 오전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민생현장을 살피며 귤을 서로 나눠먹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방선거가 6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전국 현장을 누비며 후보들과 밀착 행보를 보이는 반면, 국민의힘은 후보들조차 지도부를 피하며 당색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는 8일 오전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을 찾아 민생 현장을 체험했다. 정 대표와 김 후보는 오전 6시 30분쯤 경매사의 호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파란색 작업조끼와 목장갑을 착용하고 배추 하역 작업에 투입됐다.
작업을 마친 정 대표는 팔레트에 쌓인 배추를 바라보며 “다보탑 쌓듯 공든탑을 쌓았다. 가장 낮은 자세에서 김부겸 탑을 쌓았다"고 말했다. 이번 대구·경북 방문은 지난달 27일 경북 의성·영덕 방문과 2월 2·28 학생운동 기념일 대구 현장 최고위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민주당 지도부의 밀착 현장 행보는 수도권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6일에는 경기 수원 아트센터소극장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 대표는“경기도민이 '민주당이 위기에 강하다, 경제도 잘한다'고 느끼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한준호·추미애·김동연(기호순) 후보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최고위 이후 수원 못골시장으로 이동해 상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전현희·박주민·정원오 서울시장 예비후보(기호순)들과 함께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돌며 “보여주기식 행정은 끝나야 한다"고 현 서울시정을 직격하기도 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지역 맞춤형 '선물 보따리' 공약
민주당은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지역 맞춤형 '선물 보따리' 정책도 속속 꺼내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그냥 해드림 센터'를 지방선거 1호 공약으로 선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그냥드림 사업'에서 착안해 생활수리 영역 전반에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정 대표는 “국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민주당에 제안하는 형태"라며 “지방선거 정책 분야에서 아마 '킬러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달 27일 세종시당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행정수도로서 명확한 법적 지위를 갖도록 행정수도특별법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국회 세종의사당·대통령 세종집무실·세종지방법원 설치와 바이오융합허브 구축 등을 약속하며 4년 전 국민의힘에 내준 세종시 탈환을 공언했다. 부산에서는 2년간 계류 중이던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안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전격 처리했다.
민주당은 후보 선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7일 진행한 경기지사 본경선에서 6선의 추미애 의원이 과반 득표로 후보직을 확정했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두 후보 간 결선투표로 이어지는 구조지만, 추 의원은 결선 없이 단번에 후보로 낙점됐다.
추 후보는 확정 직후 “6월 3일 압도적인 승리로 보답하겠다"며 “민주당 당원들과 함께 경기도의 혁신적인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본경선에서 탈락한 김동연 지사와 한준호 의원은 결과에 승복하며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6선 주호영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도부 리스크' 현실화…“후보도, 공약도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행보는 민주당 지도부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날 장 대표는 공개 일정 없이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 출근했다. 지난 6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열린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는 공약 발표와 후보 독려를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장 대표 면전에서 쓴소리가 쏟아지며 성토장으로 변했다.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수도권 민심은 빙하기 그 자체"라며 “지도부가 뭔가 결단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지원 유세 요청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빨간색 입고 싶다. 입게 해 달라"며 노선 변화를 촉구했다. 장 대표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오실 때 좀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며 당과 선거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앞서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1호 공약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자체가 취소되면서 공약 공개도 함께 무산됐다. 취재진 버스까지 대절했다가 공지 6시간 만에 돌연 일정을 접은 것이다. 국민의힘은 “후보가 확정되는 대로 공약전에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후보 확정도 뒤처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경기지사와 전북지사 후보 추가 공모 기간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현재 공모에 응한 인물은 양향자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 등 2명에 불과하다. 박덕흠 공천관리위원장은 “당내 경선의 역동성과 본선 경쟁력 극대화를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은 유승민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에게 출마를 타진했으나 두 사람 모두 고사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출마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에서는 공천 후폭풍이 거세다.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 선거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장동혁 체제 그 자체"라며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주 의원은 컷오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항고한 상태다. 무소속 출마 여부는 항고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주 의원은 지난 5일까지만 해도 대구수목원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 기독교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는 등 대구시장 후보로서의 행보를 이어갔다.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이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 의원과 함께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6일 '예비후보 이진숙' 어깨띠를 두른 채 시민들을 만나는 모습을 SNS에 공개하며 사실상 무소속 행보에 나섰다. 이 전 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이라는 글자는 빼고 대구시장 예비후보로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며 무소속 출마에 힘을 실었다.
두 사람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대구시장 선거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 국민의힘 경선 통과자, 무소속 후보들이 맞붙는 다자구도로 흘러간다. '보수 텃밭' 대구에서 보수 표가 쪼개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 국민의힘 보좌관은 “대구가 아무리 텃밭이라도 후보가 난립하면 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거물급 인사인 김 후보가 출마한 상황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대표가 고수해 온 '자강론' 전략의 실패가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지도부 리스크'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도부는 후보들과 함께 현장을 돌며 '원팀'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의 경우 지도부가 지원 유세에 나설 경우 표를 깎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해 사실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경북은 후보 난립 양상이지만, 다른 지역은 오히려 인물난이 심각하다"며 “현재 흐름이라면 국민의힘은 2018년 지방선거보다 더 큰 패배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공희준 정치 컨설턴트는 “민주당은 당 지지도가 높아 후보들 입장에서 대표와 밀착하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지만, 국민의힘은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서도 장동혁 대표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며 “후보들 사이에 '장동혁을 지워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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