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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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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에 “후회” 바로잡은 트럼프…‘금리 인하’ 시험대 오른 워시 [이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14 11:28

워시, 美 상원 인준안 통과했지만
연준 역사상 가장 근소한 표 차

트럼프 ‘금리 인하’ 압박 속 취임
시장은 긴장…美 장기채 금리 5%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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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연준 의장 후보자에 대한 상원 인준이 13일(현지시간) 가결됐다(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후회한다고 언급해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시대가 8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적극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가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서다. 다만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꿈틀거리는 만큼 워시가 취임 직후부터 트럼프의 기대와 연준의 독립성 사이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찬성 54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워시는 파월 현 의장의 임기 종료 직후 곧바로 연준 의장직을 맡게 된다. 오는 15일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은 연준 이사직 임기가 2년 남아 있어 당분간 연준에 잔류할 예정이다. 그는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과 관련한 미 법무부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 의장을 지낸 인물이 이후 다시 연준 이사로 남는 것은 약 80년 만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인준 표결이 극명한 당파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민주당에서는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 의원만 유일하게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


이같은 표 차는 연준 의장 인준 역사상 가장 근소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워시의 득표 수는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기록했던 찬성 56표보다도 적었다. 특히 당시 옐런 전 의장의 경우 공화당에서 찬성표가 11표 나왔고 반대표도 26표에 그쳐 워시보다 훨씬 적었다.


통상 미 상원은 연준 의장 인준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왔다. CNBC에 따르면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전 의장은 각각 1979년, 1992년, 2006년 인준 당시 상원에서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다. 파월 의장 역시 2018년과 2022년 각각 찬성 84표(반대 3표), 찬성 80표(반대 19표)로 인준됐다.


그러나 이날 워시 인준 표결이 극명하게 갈린 배경에는 워시가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금리 인하 요구에 굴복할 수 있다는 민주당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6년 연준 이사 인준 당시 워시를 지지했던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마저 이번에는 반대표를 던졌다.


실제로 시장 최대 관심사는 워시가 정치적 압박으로부터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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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트럼프가 트루스소셜에 올린 사진(사진=트루스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에서도 공개적으로 조롱을 이어가며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파월 의장이 대형 쓰레기통 안으로 떨어지는 이미지를 올린 뒤 “'투 레이트(너무 늦은)'는 미국의 재앙이다. 금리가 너무 높다"고 적었다. '투 레이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에 충분히 호응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비난할 때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표현이다.


하지만 이란 전쟁 여파로 물가가 다시 치솟고 있다는 점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전월 대비 1.4% 상승해 2022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전년 대비 4.9%·전월 대비 0.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3.8% 올라 약 3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생산자물가까지 기록적으로 오르자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매물가로도 불리는 생산자물가는 일정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진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250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 입찰 금리는 5.046%로 결정됐다. 미국채 30년물 입찰 금리가 발행시장에서 5%를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현재 올해 말 기준금리가 연 3.75~4.0%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28.2%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이 확률은 0.7% 수준에 불과했다.


워시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자신의 재임 기간 동안 연준 통화정책은 “엄격하게 독립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에게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왔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CNBC 인터뷰에서 워시가 취임 직후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선택마저 후회하게 될지가 시장의 가장 큰 의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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