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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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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성장하고, 오염은 뚝”…서울, 세계가 주목한 ‘그린도시’ 성공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5.14 10:29

국제연구팀 세계 5435개 도시 6년 위성 추적
“한국 도시, 경제성장과 오염 탈동조화 달성”
전기화·규제·청정에너지 투자의 결과
테헤란·모스크바 등은 오염 증가 ‘갈색도시’

맑고 화창한 어린이날

▲어린이날인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이 맑게 펼쳐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등 국내 도시들이 경제가 성장하면서도 공기는 오히려 맑아지는 선진국형 '그린(Green) 도시'의 단계에 진입했다는 국제적인 평가가 나왔다. 경제성장을 이어가면서도 화석연료 기반 오염물질은 줄이는 데 성공하면서, 이른바 '탈동조화(decoupling)'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한국은 분석 대상 도시 전체가 '녹색 성장' 범주에 포함돼 전 세계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이는 도시가 커지고 경제가 성장하면 대기오염도 함께 늘어나지만,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다시 대기오염이 줄어든다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이 현실화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노르웨이 대기연구소(NILU)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수행했고,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진은 2019~2024년 전 세계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 5435곳을 대상으로 경제 성장과 화석연료 의존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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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쿠즈네츠 곡선. 왼쪽은 아황산가스 오염도와 소득 수준을 그린 것이다. 오른쪽은 산업화 초기에는 소득이 늘어날수록 오염이 심해지고,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염이 다시 줄어든다는 가설을 나타냈다. (자료=위키피디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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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의 미세먼지 오염도와 국가별 소득 수준은 2014년 기준.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기오염 대책을 추진하기 전이어서, 당시 한국의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탈동조화'… 성장과 오염의 연결고리 끊기


연구의 핵심 개념은 '탈동조화'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산업 생산과 교통량이 늘어나면서 화석연료 소비와 오염물질 배출도 증가한다. 이를 경제와 환경오염이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coupling)' 상태라고 한다.


반면 탈동조화는 경제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오염은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더 부유해지면서도 더 깨끗해지는 성장'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의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도시별 화석연료 의존도를 측정하기 위해 대기 중 이산화질소(NO₂)를 활용했다. 이산화질소는 자동차, 발전소, 산업시설 등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 오염물질이다.


연구진은 유럽우주국의 위성(Sentinel-5P)에 탑재된 대류권 관측장비 트로포미(TROPOMI) 센서를 활용해 도시 상공의 이산화질소 농도를 장기 추적했다. 이산화질소는 화석연료 소비의 강력한 지표 물질이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산화질소는 도시 전체 탄소배출량을 완벽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외부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 소비 과정의 '숨은 탄소'나 코로나19 시기의 일시적 배출 감소 효과도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위성 관측을 통해 전 세계를 동일한 기준으로 장기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별 친환경 전환 속도를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로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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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 10만명 이상 도시별 인구 조정 이산화질소(NO2) 농도 변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변화율이 1 미만이면 2024년 인구 10만 명당 대류권 NO2 농도가 2019년보다 낮아졌음을 나타내고, 1보다 크면 높아졌음을 나타낸다. (자료=Nature Cities, 2026)


◇서울의 성적표… “더 부유해지고, 더 깨끗해졌다"


분석 결과 서울은 경제 성장과 오염 감축을 동시에 달성한 대표적 '그린(Green) 도시'로 분류됐다. 2019~2024년 서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구매력평가 기준)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대류권 이산화질소 농도는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이를 '더 깨끗해지고 더 부유해진 도시'라고 평가했다.


서울은 논문에 제시된 세계 주요 거대도시 비교에서도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혔다. 일본 도쿄와 중국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과 함께 경제 성장과 오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난 도시군에 포함됐다. 이는 경제활동이 확대되더라도 반드시 오염 증가를 동반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서울의 성과는 우연이 아니라 정책 전환의 결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동아시아의 녹색 도시들이 공통적으로 강력한 배출 규제,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 대중교통 전기화, 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해왔다고 분석했다.


서울 역시 노후 경유차 제한, 전기버스 확대, 수도권 대기질 특별관리 정책, 친환경 건물 전환 등의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왔다. 이러한 변화가 화석연료 의존적 성장 구조를 약화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시의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서울시는 '경유차 매연 줄이기' 정책 19년만에 미세먼지가 47% 줄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2006년부터 경유 시내버스 8900여 대를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전환하고 전기버스를 확대하는 한편, 노후 경유차 53만 대에 매연저감장치 부착과 조기 폐차를 지원했다. 그 결과, 서울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2006년 30㎍/㎥에서 2025년 18㎍/㎥로 약 40%, 미세먼지(PM10)는 60㎍/㎥에서 32㎍/㎥로 약 47%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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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시티(인구 1000만 명 이상)의 2024년 12월과 2019년 1월의 1인당 NO2 변화율. 서울을 비롯한 붉은 선 아래 표시된 도시는 변화율이 1이하로 NO2 농도가 감소했음을 나타낸다. (자료=Nature Cities,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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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도시의 기상 보정 NO2 수준과 1인당 구매력평가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72개월 공동 변화 추이. 도시별로 원점(0,0)은 2019년 1월의 상황을 나타내고 2024년 12월까지의 월별 변화를 궤적으로 표시했다. 한국 도시의 NO2 농도가 급격히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자료=Nature Cities, 2026)


◇여전히 화석연료 성장에 묶인 해외 도시들도


연구진은 이를 환경경제학의 대표 이론인 '환경 쿠즈네츠 곡선(EKC)'의 하강 국면과 연결 지었다. 일정 수준의 경제 발전 이후 기술 혁신과 규제 강화, 시민의 환경 요구 확대에 따라 오염이 감소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환경 쿠츠네츠 곡선은 GDP 통계 체계를 정립한 미국 경제학자 사이먼 쿠츠네츠(1901~1985)가 제시한 가설을 응용한 것이다. 1990년대 연구자들이 쿠츠네츠의 '역 U자형 발전 곡선' 아이디어를 환경오염 문제에 응용, 경제가 성장 초기에는 오염이 늘지만 일정 소득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줄어든다는 이론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모든 도시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도시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서울처럼 경제는 성장하고 오염은 줄어드는 '그린' 도시다. 부산·인천·대구·대전·광주·울산 등 연구에 포함된 한국의 인구 10만 명 이상 도시들은 모두 예외 없이 '그린 도시' 범주에 속했다. 국내 도시들이 경제 성장과 오염 저감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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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도시 중 그린 도시의 비율. 한국은 조사 대상 도시가 모두 그린 도시로 분류됐다. (자료=Nature Cities, 2026)

연구진은 이를 동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절대적 탈동조화 사례 중 하나로 평가했다. 한국은 국가별 '그린 도시' 비중 순위에서 100%라는 수치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독일(98%), 스페인(82%), 프랑스(80%)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들보다도 높은 비율이다. 그린 도시는 도쿄·런던·파리 등 조사 대상 도시의 80%를 차지했다.


둘째는 경제와 오염이 함께 늘어나는 '브라운(Brown)' 도시다(전체의 16%). 대표적인 브라운 도시로는 이란 테헤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러시아 모스크바 등이 꼽혔다. 이들 도시는 여전히 석유·석탄 기반 에너지 시스템과 자동차 중심 교통 구조에 의존하고 있고, 환경 규제와 청정기술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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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과 NO2 오염 변화에 따른 도시의 분류. 그린 도시와 브라운 도시, 그레이 도시, 레드 도시로 분류했다. (자료=Nature Cities, 2026)

셋째는 경제와 오염이 함께 감소하는 '그레이(Gray)' 도시로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이나 레바논의 베이루트 등이 사례로 꼽혔다(약 4%).


넷째는 경제는 침체됐는데 오염은 오히려 늘어나는 '레드(Red)' 도시다. 레드 도시 사례로는 우르미아·피슈바·가르차크 등 테헤란의 일부 위성도시들이 해당됐다(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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