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차이(杨金才) 세계무인기연맹(WUAVF) 회장이 중국 광둥성 선전시 샹그리아 호텔에서 본지 취재에 답변하는 모습. 사진=박규빈 기자
[중국 선전(Shenzen)=박규빈 기자] “올해 연말이면 전 세계 수많은 지역에서 사람이 직접 탑승하는 '유인 드론(Passenger-carrying Drone)'의 시범 운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상용화는 이미 우리 눈앞에 와 있습니다."
글로벌 무인 항공기(UAV) 산업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끌어온 세계적 거물 양진차이(杨金才) 세계무인기연맹(WUAVF) 회장 겸 선전무인기산업협회장이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미래 하늘길을 바꿀 모빌리티 혁신의 타임 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21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일대에서 개최된 '2026 세계 드론 콩그레스(DWC 2026)' 현장에서 본지와 만난 양 회장은 김명진 한국항공보안학회 대테러·대드론 전략위원장(강원대학교 안보전략학과 교수)과의 대담·통역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드론 발전사와 저고도(저공) 경제(Low-Altitude Economy)의 본질, 글로벌 규제 완화의 필요성, 한국 드론 산업을 향한 뼈 있는 조언까지 방대한 통찰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양 회장은 엄격한 법 집행으로 사회 규율을 바로잡는 통제 기관인 중국 공안(경찰)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규제와 관리의 최전선에 있던 인물이 현재는 전 세계 드론 산업의 규제 혁신을 외치며, 글로벌 개방형 플랫폼의 수장으로서 산업을 강력히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eVTOL이 바꾼 10년…5년 뒤 드론은 일상 속 '무처부재' 기술"
인원 수송은 승객의 생명과 직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드론 업계는 기체 기술을 개발하고도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성능을 증명하는 엄격한 '감항성 인증'과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실제 상용 기체를 띄우지 못했다. 그러나 양 회장이 이번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인 상용화 타임라인을 못 박으며 글로벌 감항성 인증 체계와 저고도 공역 관리 법제가 마침내 최종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양 회장은 “세계무인기연맹과 같은 단체가 중심이 돼 전 세계 무인기 산업의 발전을 추진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해야 한다"며 글로벌 공조 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지난 10여 년 동안 글로벌 무인기 시장을 지켜보며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발전했다고 꼽은 핵심 분야는 바로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eVTOL)'과 '지상·공역 보안'이다.
양 회장은 “eVTOL의 급격한 기술 도약 덕분에 이와 연계된 전 세계 드론 산업의 전방위적 공급망(밸류 체인)이 매우 완벽하고 촘촘하게 갖춰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의 최대 화두인 '저고도 경제'에 대해 양 회장은 매우 구체적인 수치와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향후 전체 저고도 경제 영역에서 민간 무인기가 차지하는 시장 비중은 무려 85%에 달할 것"이라며 “앞으로 5년 안에 드론은 온갖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응용될 것이며, 우리 일상에서 '어디에나 존재하는(無處不在)' 기술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드론의 본질은 인류가 실제 생산 활동과 일상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온갖 현실적인 어려움과 위험한 과제들을 대신 해결해 주는 데 있다"며 “민간 드론이 비행 과정에서 철저히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야만 사람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로소 막대한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실상부 '드론 수도' 선전의 3대 비결, 그리고 규제 철학
현재 선전은 전 세계 드론 제조와 기술의 메카로 인정받고 있다. 양 회장은 선전이 이토록 완벽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끊임없는 혁신'과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한곳에서 해결되는 완전한 산업 공급망',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조건 '과감하게 시도하고 돌파하는 정신' 등 3가지 요소가 결합된 결과라고 힘줘 말했다.
항공 보안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드론의 양적 팽창에 발맞춰 각국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규제와 진흥의 균형점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보여줬다. 최근 일부 정부 관료들이 공역 관리와 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비행 금지 구역을 늘리거나 드론 사용자에게 수수료와 같은 경제적 비용 부담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양 회장은 분명한 선을 그었다.
공안 시절 몸에 밴 보안·안보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면서도 민간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한 개방이 필수적이라는 '네거티브 규제 철학'을 펼친 것이다.
그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안보 구역이나 비행 금지 구역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비행을 통제하는 경제적·행정적 관리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그 외에 일반적인 공개 비행이 가능한 공역에 대해서는 안전 방호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것을 조건으로 정부가 최대한 규제를 풀고 공역을 개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늘길을 열어줘야 △농업 방제 △환경 보호 △도시 관리 △긴급 구조 등 다방면에서 대중적인 사용량이 늘어나고, 그래야 비로소 산업 전반에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는 논리다.
동시에 그는 “드론을 하늘로 잘 띄우는 것만큼이나 이를 체계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보안의 핵심"이라며 “공중의 하늘길 역시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지상의 교통 체계처럼 완벽하게 안전하고 통제 가능하도록 관리 기술 기관의 발전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시회 '수적 과잉' 쓴소리…한국 향해선 “자국 맞춤형 특화 분야 찾아야"
양 회장은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개최되고 있는 드론 박람회 시장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드론 관련 전시회와 회의가 너무 많이 열리고 있다"며 “수적인 과잉 상태로 인해 관련 기업들이 모든 행사에 쫓겨 다니며 동분서주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향후 국제 드론 전시회는 명확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대륙별(지역별), 혹은 전문 주제별로 철저히 세분화하여 개최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에 몇 개의 핵심 중점 전시회를 지정하고, 중동에 1~2개, 아프리카에 1~2개 식으로 글로벌 중심축을 분점해야 한다"며 “그래야 전 세계 드론 관계자들이 매년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하게 해당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국제 공조를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드론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양 회장은 “중국이 초기에 농업 및 임업 방제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며 기업들을 키웠고, 현재는 '저고도 물류·화물 운송'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며 피치를 올리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한국 역시 무조건 글로벌 트렌드를 쫓기보다, 자국의 실제 산업 상황과 안보 환경에 맞는 핵심 특화 분야를 명확히 찾아내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밀어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과 중국의 파트너십을 환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양 회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과 중국은 민간 무인기 분야에서 매우 광범위한 기술 교류를 진행해 왔고 관계 또한 훌륭했다"며 “특히 최근 들어 양국의 소통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강력한 학술·산업적 협력을 통해 전 세계 민간 무인기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올해 70세의 나이를 맞이한 양 회장은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개인적 소회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내 인생의 마지막 마일스톤은 이 드론 산업이 인류에게 안전하고 건강하게 안착하도록 유익한 기반을 다지는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유산을 조금이라도 더 남기기 위해 제 남은 에너지를 끝까지 쏟아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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