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된 세포를 회복해 생물학적 나이를 역행하는 '역노화'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세계 최초로 개시되며 글로벌 항노화 시장 선점경쟁이 본격화했다. 사진=픽사베이
노화된 세포를 회복해 생물학적 나이를 역행하는 '역노화'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세계 최초로 개시됐다. 노화 세포를 사멸시키는 전통적 방식이 아닌, 세포의 기능 자체를 되돌리는 방식의 글로벌 항노화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도 기술 확보에 나서며 국내 기업들도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4일 한국바이오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일 세포 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인체 세포의 생물학적 나이를 되돌리는 항노화 치료제 임상시험의 첫 참가자 치료를 시작했다.
리프로그래밍 기술이란 노화된 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해 젊은 세포처럼 기능하도록 하는 항노화 기술을 말한다. 노화돼 독소를 방출하는 이른바 '좀비 세포'를 사멸시키거나 세포의 노화 속도를 지연하는 전통적 접근법과 달리, 세포의 기능 자체를 회복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리프로그래밍 기술은 세포를 초기상태인 배아줄기세포까지 되돌리는 '완전 리프로그래밍'을 실행할 경우 세포 정체성이 손실되면서 초기화된 세포의 분열과 증식을 통제하기 어려워 암 등 종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이에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완전 리프로그래밍 대신 '부분 리프로그래밍'을 택했다. 유전자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바이러스 전달체(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해 노화된 세포에 리프로그래밍을 유도하는 인자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세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포의 특징만 부분적으로 복원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 같은 방식의 글로벌 항노화 임상이 개시된 것은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의 사례가 세계 최초다.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항노화 치료제의 첫 번째 대상 질환으로 녹내장을 택했다. 녹내장 환자의 시신경은 정상적인 재생 능력이 없는데, 이 치료제를 통해 손상된 시신경 세포의 재생능력을 활성화해 녹내장을 치료한다는 것이다. 안과 질환은 타 질환보다 암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낮아 리프로그래밍 치료제 개발의 핵심 타깃으로 지목된다.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임상을 통해 우선 녹내장 환자 12명에 대한 치료를 진행하고, 나아가 안구 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급성 질환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까지 환자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처럼 세계 첫 '리프로그래밍' 항노화 치료제가 임상을 시작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달 20일 미국 바이오텍 턴 바이오테크놀로지스(턴 바이오)와의 합의를 통해 부분 리프로그래밍 원천 기술의 일종인 'ERA 플랫폼'을 최종 확보했다.
원개발사인 턴 바이오의 ERA 플랫폼은 노화된 세포에 유전정보를 운반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형태의 리프로그래밍 인자를 전달해 기능을 회복하는 방식을 취한다. 대웅제약은 안과 질환과 청각 질환 등 노화와 관련된 다양항 질환에서 항노화 치료제 연구 성과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 10일 '생체노화 리프로그래밍 원천기술 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하고, 국가 단위 항노화 연구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해당 사업은 △노화 측정기술 개발 △노화 제어기술 개발 △항노화기술 효능 평가 등 3개 분야에서 추진돼 오는 2030년까지 총 47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노화의 근본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노화된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비하는 핵심적 연구개발 사업"이라며 “대한민국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노화 연구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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