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프랑스 오를리 공항에서 에어포스 원에서 내려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AP
미·이란 종전 양해각서(MOU)가 공식 발효됨에 따라 한국기업 등이 참여하는 재건기금 논의도 구체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에너지 시설에 대해 국내 주요 건설사(EPC)들이 다시 복구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 서명하면서 양국 간 합의가 공식 발효됐다. 이에 당초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식 서명식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 3000억달러 재건 기금 검토…건설업 수익률 코스피 대비 11.3%p 상회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이 핵 협상을 포함한 최종적인 종전 합의에 동의할 경우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3000억달러(약 454조원) 규모 재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건 소식에 시장에선 건설업종에 다시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주부터 미·이란 종전 MOU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건설업 수익률이 코스피를 11.3%포인트(p) 상회하며 급반등했다. 특히 현대건설 등 대표 수혜주를 중심으로 기관의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에 따르면 종전으로 단기적으로는 건자재가 상승 우려가 제한되고, 중기적으로는 재건사업 수주가 가능해질 것으로 봤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 피격·중단된 중동 에너지 시설, 국내 건설사 복구 참여 가능성

▲미-이란 전쟁 중동 에너지 시설 피해 현황. 신한투자증권

▲미-이란 전쟁 중동 에너지 시설 피해 현황.신한투자증권
미·이란 전쟁으로 이란을 비롯한 중동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입었다.
이란의 경우 카타르와 공동 소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전인 사우스 파르스(South Pars)가 피격을 당했고 생산에 차질이 있는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엑손모빌 합작 정유시설(SAMREF), 아람코-토탈 합작 정제·석유화학시설(SATORP), 리야드 정유소(Riyadh Refinery) 모두 현재 피격상태다. 이들 시설의 주요 건설사로는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GS건설 등이 참여했다.
쿠라이스(Khurais)에 위치한 유전시설은 현재 복구중이며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주요 건설사로 참여했다. 피격 상태인 주아이마(Juaymah) 가스·LNG시설의 경우 주요 건설사 명단에 국내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경우 샤(Shah) 가스시설과 알 타윌라(AI Taweelah) 알루미늄 시설 모두 가동 중단 상태다.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대우건설이 샤 가스시설에, 포스코 건설이 알 타윌라 시설에 각각 주요 건설사로 참여했다.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LNG 시설은 현재 불가항력 선언 상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현대중공업이 Barzan 해상 부문 주요 건설사로 참여했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참여한 펄(Pearl) GTL 시설은 피격 피해를 입었다.
쿠웨이트에서도 가동 중단과 피격 피해가 잇따랐다. 페트로케미칼 인더스트리(Petrochemical Industries Co.) 석유화학시설과 미나 알 아마디(Mina Al-Ahmadi) 정유시설은 가동이 중단됐다. 미나 압둘라(Mina Abdullah) 정유소는 피격됐다. 이들 사업에는 DL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이 참여한 바 있다.
바레인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주요 건설사로 참여한 밥코 에너지(Bapco Energies) 정유시설이 현재 불가항력 선언 상태다.
에너지 인프라는 기술 특성상 결국 지었던 건설사가 다시 복구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란을 비롯한 중동 에너지 시설 건설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인 △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DL이앤씨 △SK 에코플랜트 △GS건설 △현대건설 △포스코 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향후 중동 수주 기회 확대 가능성이 높아졌다.
◇ 건설업계는 '신중론'…대이란 제재 해제 등 장기 사안으로 봐야
다만 국내 건설사들은 정치 외교적 상황과 발주 환경 형성 여부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실제로 민간기업들 투자로 자금이 투입되고 대이란 제재, 동결자산 해제 등이 될 경우에는 적극적인 EPC 참여를 고려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검토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종전이 본격화될 경우 중동 지역 내 노후화된 에너지·플랜트·인프라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 재건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수주 확대보다는 정치적 안정과 재원 조달 구조가 명확해진 이후 점진적인 발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사업에서 외국회사를 대상으로 입찰이 이루어지는 규모의 프로젝트는, 입찰공고에 선행되는 사전 준비기간부터 적지 않게 소요된다"며 “단기에 재건사업의 수주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고, 장기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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