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과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이 10일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한 제8회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제55회 전력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정승현 기자
국내 발전 공기업 5사의 통합을 해상풍력 발전 경쟁력을 키우는 전환점으로 삼으려면, 프로젝트 자금 조달 구조 개선, 민관 협력 체계 구축, 인력 재교육 및 재배치 등의 법적 장치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과 미래에너지정책연구원,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1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 해상풍력의 대전환, 발전공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제8회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제55회 전력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5사 통합, 해상풍력 컨트롤타워 구축의 기회로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윤성 해상에너지산업체포럼 공동대표는 발전 공기업이 해상풍력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공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반 조건을 제안했다.
특히 한국남부발전, 서부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등 국내 발전 공기업 5곳을 하나로 합치는 '1사 통합 체제'가 해상풍력 사업을 효율적으로 전개하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발전 5사가 각각 해상풍력 전담 조직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처(處) 아래의 실·부 단위에 불과해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개발하기에는 조직 규모와 권한이 작다는 지적이다.
최근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투자 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발전 5사 통합을 추진해 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통해 '1사 통합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해상풍력 사업 역량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았다.
김 대표는 “1사 통합 발전사가 출범하면 해상풍력 조직을 '부'가 아닌 '처' 단위 이상으로 격상하고, 책임자 직급도 부사장급으로 높여야 개발과 운영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구조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금 규제 완화… “해상풍력 대형 프로젝트 동시 수행 가능해야"
통합 발전 공기업이 해상풍력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금 조달 비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현재 구조상 발전 공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모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연동되어 있다. 하지만 한전법에 따라 한전은 공사 자본금을 6조 원까지만 설정할 수 있고, 사채 발행 역시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되어 있어 자금 조달에 한계가 명확하다.
김 대표는 “현재 발전 5사의 평균 자본총계와 자본금은 각각 12조 원과 6조 원 수준이며, 논의 중인 발전공기업 통합 법안에서는 통합공기업의 자본금을 32조 원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여러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동시에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통합 발전공사가 32조 원 이상의 자본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400메가와트(MW) 규모의 해상풍력 프로젝트 하나를 추진하는 데 약 3조 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업계 관행상 SPC가 자기자본 비율을 최소 20%로 두고, 해당 SPC가 공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발전 공기업 지분을 50% 이상 확보한다고 가정하면, 발전 공기업이 사업 하나당 발행해야 하는 회사채만 최소 3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준비부터 완공까지 10년 이상 소요되어 수익 다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석탄화력발전 폐지, LNG 전환, 원전 및 태양광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만큼, 통합 공기업의 자본금 상한선을 한층 여유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사업 방식 측면에서는 공기업이 개발에는 참여하되, 발전 운영은 프로젝트별 특성에 따라 공공과 민간이 적절히 분담하는 '개발-운영 의무 혼합 형태'를 제안했다.
통상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해상풍력 사업은 외부 투자자를 모집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진행된다. SPC는 상법상 주식회사여서 기존 발전 공기업 노동자를 고용 승계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노동 시장의 '정의로운 전환'에 배치된다. 반대로 모든 운영 책임을 통합 공기업이 짊어지면 개발 과정의 부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김 대표는 “발전 공기업에 모든 프로젝트의 운영 책임까지 요구하기는 어렵다"며 “의무 운영 비율을 제도화하되, 자체 개발 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기존 석탄발전 등의 유휴 인력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진정한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자재 국산화와 O&M 육성으로 석탄발전 노동자 품어야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무대가 되기 위해서는 부품과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남태섭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은 “통합 발전사의 역할은 대규모 초기 투자 리스크를 감당하는 마중물이 되는 것"이라며 “공공 주도로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를 국산화하고, 공급 실적(Track Record)을 쌓음으로써 전력 계통 연계와 수급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드니 공과대학교(UTS) 제이 로터비츠(J. Rutovitz) 교수의 2025년 논문에 따르면, 석탄발전은 건설·설치 단계의 고용 효과(11.08년/MW)가 큰 반면, 해상풍력은 기자재 제조(13.68년/MW)와 유지보수(O&M, 0.28개/MW) 부문에서 고용 창출 효과가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업비 측면에서도 해상풍력은 기자재 제조가 약 60%, O&M이 35% 안팎을 차지한다. 따라서 국산화 정책을 강화하고 통합 공기업이 O&M 사업을 직접 주도해 덩치를 키워야 고용 흡수력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남 수석부위원장은 “석탄화력발전을 LNG로 전환하더라도 유휴 인력을 전원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남는 인력을 재고용할 수 있는 핵심 대안으로 해상풍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발전 5사 통합 및 석탄화력 폐지 일정에 맞춘 전사적인 '인력 이동 로드맵' 수립과 직무 전환 매칭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아울러 대규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교육과정 표준화와 정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보았다.
그는 “정의로운 전환의 성패는 전담 교육기관 마련에 달려 있다"며 “대학 연계 프로그램, 자체 훈련원 설립, 전문가 단체 협업 등 다양한 방식을 열어두고, 직무 전환 교육 과정과 이에 필요한 재원을 제도적으로 확실히 뒷받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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