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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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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차문 손잡이…현대차는 확대, 안전기준은 부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6.07.14 14:52

매립형 손잡이, 전기차 타고 확산 중
비상시에 탈출·구조 걸림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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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대자동차에서 새로 출시한 '2027 넥쏘'쏘' 차량에 적용된 매립형 문 손잡이. 사진=현대자동차


전기차를 중심으로 매립형(플러시형) 문 손잡이 적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규율하는 별도의 국내 안전기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의 관련 규정 부재 속에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에 매립형 문 손잡이를 잇달아 적용하고 있다.


매립형 문 손잡이는 평상시에는 차체와 수평을 이루거나, 차체 안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의 손잡이다. 얼핏 보기엔 손잡이가 없는 것처럼 차량 문이 평평해 보인다. 공기 저항을 줄여서 주행 효율을 높이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어 최근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매립형 문 손잡이는 일반적인 돌출형 문 손잡이와는 달리 차량마다 작동 방식이 다르고, 일부 차량은 전자식 전개 구조까지 사용한다. 직관적이지 않은 구조 때문에 사고나 화재, 침수 등 비상상황에서 탑승자가 탈출하거나 외부에서 탑승자를 구조 해야 할 때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사고가 발생해 극도의 공포에 놓이면 무의식적으로 손잡이를 잡아 당겨야 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며 “매립형 손잡이 같은 복잡한 개방 구조는 위급 상황에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평소 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 한 채 갑자기 사고가 발생하면 탈출 과정이 지체된다는 것이다.


일부 제조사는 차량 내부에 별도의 비상 개방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외부 손잡이만 매립형으로 설계된 경우에도 위험성은 존재한다. 외부 구조 과정에서 구조대는 차량 문을 강제로 개방해 탑승자를 구조해야 하는데, 최근 제조되는 차량은 차체 패널 간 간격이 좁아 그 틈새로 문을 개방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문 손잡이가 개방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문 손잡이마저 차량 안으로 들어가게 설계되어 있다면 구조 작업에 시간이 더 소요된다. 김 교수는 “구조대 입장에서는 외부 손잡이가 차량 문을 개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위급상황에서는 1~2초가 생사를 좌우하는 만큼 비상탈출과 구조 관점에서 차량 설계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국내에 이러한 매립형 손잡이 설계를 규율할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현재 국토교통부령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은 차문 잠금 장치와 충돌 안전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매립형 문 손잡이의 구조, 작동 방식, 비상 개방 성능 등 대한 별도 규율 기준은 확인되지 않는다.


국산차뿐 아니라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판매 승인을 받을 때 매립형 도어핸들에 대한 별도 안전성 평가나 규제 없이, 각 제조사의 설계 기준에 따라 판매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테슬라 역시 모델 Y 등 대부분 차종에 매립형 문 손잡이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미 관련 규제 논의와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매립형 도어핸들에 대한 안전기준을 강화하면서 2027년부터는 사실상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했다. 기존 차량에 대해서도 2029년까지 돌출형 손잡이로 교체하도록 하는 리콜 개선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 유로 NCAP(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 New Car Assessment Program) 역시 2026년부터 도입한 새 안전도 평가 체계에서 충돌 이후 차량 문 개방 가능 여부와 구조대의 접근성 등을 포함한 '사고 후 안전(Post-Crash Safety)' 항목을 신설·강화했다. 해당 기준에는 전원 상실 후 매립형 문 손잡이 작동 여부 등이 포함됐다.


국내에서는 실질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으나 관련 연구는 진행 중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최근 '매립형 문 손잡이 전개 성능이 탑승객 탈출 및 구조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에서는 매립형 문 손잡이의 전개 방식이 비상 상황에서 탑승객 탈출과 구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럼에도 국내 완성차 업체의 매립형 문 손잡이 적용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현대차는 14일 공개한 신차 '2027 넥쏘'에도 매립형 문 손잡이인 '오토 플러시 도어 핸들'을 적용했다. 현대차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수소전기차(MPV, 상용차 제외)와 승용차 15대 중 매립식 문 손잡이를 적용하고 있는 모델은 절반에 가까운 7개다. 전기차인 아이오닉 5·6은 물론 내연차인 디 올 뉴 그랜저도 포함된다. 현대차의 고급화 라인인 제네시스 역시 G90과 gv60 등 상당수 모델에 매립형 손잡이를 적용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정부 기관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도 몇년 전부터 계속해서 매립형 문 손잡이 반대에 대한 자문을 해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한 뒤 기준을 만드는 것보다 위험 요소를 미리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상 탈출 안전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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