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현지시간)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과 심판진이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줄지어 서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상 최대 규모의 2026년 북중미 FIFA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48개국 선수단이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한 달 넘게 경기를 펼쳤고,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역대 최고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산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숀 T. 라컴 교수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포트폴리오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서스테이너빌리티(Communications Sustainability)'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규모 스포츠·문화행사의 기후 비용과 경제적 편익을 함께 평가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2026 FIFA 월드컵과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월드투어를 사례로 분석해, 메가 이벤트의 탄소배출은 경기장이 아니라 관객의 이동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월드컵 탄소배출량 423만 톤…아이슬란드 연간 배출량 수준
연구진은 2026년 월드컵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약 423만 톤(CO₂e)으로 추정했다. 이는 기존 32개국 체제 월드컵보다 약 59만 톤(16%) 증가한 규모로, 아이슬란드의 연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연구기관들은 이보다 더 많은 500만~900만 톤의 배출량을 예상하기도 한다. 추정치에는 차이가 있지만, 참가국 확대와 개최 도시 증가로 이번 월드컵이 역대 가장 탄소집약적인 스포츠 행사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2026 FIFA 월드컵 결승전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끝난 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배출량 82%는 '팬들의 하늘길'
흥미로운 점은 탄소배출의 대부분이 경기장 운영에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전체 배출량의 82%(약 348만 톤)는 관중의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제선 항공편 이용이 307만 톤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숙박시설(7%), 임시 경기장과 시설 건설(5%), 음식·음료(2%) 순이었다.
이는 태양광을 설치하거나 경기장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만으로는 월드컵의 탄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주최 측이 직접 관리하는 경기장 운영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스코프3(Scope 3, 간접배출)이 훨씬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17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에세이사 국제공항에서 마티아스 쿠네오 리바로나와 그의 가족이 스페인과의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미국 뉴욕행 마지막 항공편에 탑승하려는 아르헨티나 팬들 사이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콜드플레이가 보여준 해법…“팬의 행동이 탄소를 줄였다"
연구진은 대안으로 콜드플레이의 2024년 유럽 투어를 제시했다.
콜드플레이는 공연장 운영뿐 아니라 팬들의 이동까지 함께 줄이기 위해 전용 앱을 개발했다. 앱에서는 기차와 대중교통, 카풀 등 저탄소 이동수단을 비교할 수 있었고, 이를 이용한 팬들에게는 공연 상품 할인과 티켓 환급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관객 이동에서 발생한 탄소배출은 48% 감소했고, 투어 전체 배출량도 일반적인 투어보다 46% 줄었다.
연구진은 메가 이벤트에서 가장 큰 감축 잠재력은 친환경 경기장이 아니라 관객의 이동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콜드플레이의 멤버들. 왼쪽부터 가이 베리먼, 조니 버클랜드, 크리스 마틴, 윌 챔피언. (사진=위키피디아)
▲콜드플레이 투어(왼쪽)와 2026년 월드컵의 총 CO2e 배출량을 나타낸 그래프. 왼쪽 y축은 콜드플레이 투어의 배출량을, 오른쪽 y축은 월드컵의 배출량을 나타낸다. 괄호는 콜드플레이 투어와 월드컵의 상대적인 규모를 보여주기 위해 포함됐다. (자료=Communications Sustainability, 2026)
◇“탄소도 함께 부담"…새로운 공동 책임 모델
연구진은 이를 위해 '공동 책임(Shared Responsibility)' 모델을 제안했다.
경기장 운영이나 무대 설치처럼 주최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배출(Scope 1·2)은 주최 측이 책임지고, 관객의 항공여행처럼 간접배출(Scope 3)은 주최자와 관객이 함께 줄여 나가자는 개념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월드컵의 탄소 비용을 현장 관람객에게만 부담시키면 티켓 한 장당 평균 114달러(약 16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전 세계 시청자에게 1인당 약 4.5달러(약 6000원)의 방송료를 부과하면 약 7억8700만 달러에 이르는 전체 기후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지속가능항공연료(SAF) 개발이나 항공기 저탄소 기술, 탄소 제거 기술 등에 투자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또 모든 관객에게 동일한 탄소 부담금을 부과하면 저가 티켓 구매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만큼, VIP 등 고가 티켓 구매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차등 부담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 세계 시청자로부터 방송료를 걷는 방법은 프랑스 사례처럼 국가가 시청료를 징수하거나 스포츠 연맹이 방송 중계권 계약 때 탄소 비용을 포함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탄소중립 경기장보다 이동 혁신이 먼저"
연구진은 앞으로 월드컵과 올림픽, 대형 콘서트 등 국제 행사의 지속가능성은 경기장 설계보다 사람을 어떻게 이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관람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개최지로 선정하거나, 철도와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하고, 카풀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탄소 감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라컴 교수는 “영향력이 큰 블록버스터 행사조차 스스로 배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다른 산업에서의 기후 행동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주최자와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새로운 운영 방식이 메가 이벤트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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