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신 정치경제부장(부국장)
관건은 1퍼센트(%)다.
대한민국 산업은 언제나 마지막 1%를 쫓았다. 철강은 쇳물이 견디는 1도의 열처리, 조선은 1톤의 적재량, 자동차는 1km의 연비, 반도체는 1%포인트의 수율을 위해 경쟁했다. 도무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지막 1%를 채우기 위해 기업은 수없이 실패를 거듭해 왔다.
우리 산업은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 세계 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조선은 다시 세계 수주 1위를 다툰다. 자동차 역시 글로벌 판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기술과 경쟁력을 놓고 본다면 이미 99%에 도달했다.
마지막 1%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100% 승자'로 만들 마지막 퍼즐 역시 새로운 기술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기 쉽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대표적이다. 아직 선도국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고, 미래 산업의 주도권도 이 기술들이 쥘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AI 데이터센터·반도체·피지컬 AI를 국가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휴머노이드 소분과를 신설해 산업 생태계 조성과 현장 확산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산업의 '추천 알고리즘'은 하나다. 더 고도화된 AI, 더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 더 새로운 기술.
그 알고리즘이 끝내 최적화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기술은 스스로 산업이 되지 않는다. AI가 가능성을 계산한다면, 판단과 실행은 인간의 몫이다. 같은 설비를 들여오고, 같은 기술을 확보하고, 같은 계산을 거쳐도 다른 생산성과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1%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한국 산업에서 기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면에 서 있지만, 사람은 늘 그랬듯 배경에 머문다. 사람을 지키고, 키우고, 마음껏 뛰게 하는 일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을 추격하던 한국 산업은 늘 다음 먹거리를 찾았다. 이제 오늘날의 모든 것을 키운 사람을 돌아볼 차례다.
지난해 OECD는 한국의 성인 직업훈련 참여율이 13%로 OECD 평균(40%)보다 크게 낮고, AI 분야에서도 인재 유출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비중만큼은 국내총생산(GDP)의 5%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기술을 만들 사람은 부족한 실정이다.
규제 역시 기회여야 한다. 지난 2019년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한 이후 2500여 건의 과제를 승인했다. 기존 규제에 막혀 있던 기술과 서비스가 시장에 나갈 기회를 얻었다. 2500여 건의 '예외'는 한국 산업에 혁신이 부족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혁신을 담아낼 제도가 부족했다는 반증이다.
반세기 동안 한국 산업이 던진 질문은 '무엇을 키울 것인가'였다. 이제는 질문이 달라져야 한다. '누가 그 기술을 만들고, 지키고,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다. 산업의 중심에 기술을 세우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사람을 그 중심에 세울 골든 타임이 왔다. 100이라는 숫자를 앞둔 지금, 그 마지막 획을 긋는 건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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