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논의에서 수송부문 이야기는 대체로 한 가지로 수렴한다. 전기차 보급률이다. 승용차를 몇 대 더 팔 것인가. 충전기를 몇 기 더 놓을 것인가 등이다. 물론 틀린 논의는 아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거론 너무 부족하다.
감축은 대수가 아니라 주행거리가 결정한다. 사업용 대형화물차 한 대가 일 년에 달리는 거리는 승용차의 대충 잡아도 다섯 배에서 열 배에 이른다. 즉 트럭 한 대를 바꾸는 일이 승용차 수십 대를 바꾸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욱이 감축 단가, 즉 온실가스 1톤을 줄이는 데 드는 돈으로 따지면 상용차(商用車) 전환만큼 효율적인 수단이 도로부문에 없다. 그런데도 정책 자원은 승용차에 쏠려 있다. 승용 전기차는 들어가는 정책 비용에 비해 효과도 미미하다. 행정집행의 자원 배분이 거꾸로 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상용차의 교체주기는 십 년에서 십오 년이다. 올해 출고된 디젤 트럭은 2040년까지 도로에 남는다. 다시 말해 지금 팔리는 트럭이 2040년의 배출이다. 2035년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그때 도로를 채울 차량의 판매를 오늘 방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의무화가 필요하다. 시장에 맡기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나올 법하지만 맡길 수가 없다. 수송부문은 배출권거래제 밖에 있다. 탄소에 값이 붙지 않는다. 유류세가 있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유류세는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설계된 세금이다. 탄소가격 신호로서는 왜곡되어 있고, 그나마도 화물차에는 유가보조금이 붙어 상당 부분 상쇄된다. 게다가 화물 수송은 화주와 운송사와 차주로 비용과 편익의 주체가 갈라져 있다. 차량 구입비는 차주가 내고, 배출의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그동안의 처방은 보조금 일변도였다. 보조금은 나쁜 수단이 아니지만 예산의 제약을 받는다. 예산이 끊기면 전환도 멈춘다. 무엇보다 제조사에게 장기 신호를 주지 못한다. 몇 년 뒤에 무공해 트럭을 몇 대나 팔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기업은 생산라인을 바꾸지 않는다. 수량을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어떻게 달성할지를 시장에 맡기는 것, 그것이 의무화 제도다. 정부가 보조금이든 세금이든 인센티브를 가해봤자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주머니를 거쳐 소비자 전가로 끝날 뿐이지 정작 큰 변화는 없다.
유럽연합은 2024년 대형차 이산화탄소 기준을 개정해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5퍼센트, 2040년까지 90퍼센트를 줄이도록 했다. 도시버스는 2035년부터 신차 전량이 무배출이어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첨단청정트럭 규정은 2035년까지 대형 트럭 신차의 75퍼센트를 무공해차로 팔도록 했다. 최근 연방 차원의 제동으로 소송이 진행 중이지만, 제도의 방향 자체는 이미 국제 표준에 가깝다. 상용차 의무화는 더 이상 실험이 아니다. 우리만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남의 제도를 그대로 옮겨오면 곤란하다. 통상적인 처방은 제조사에게 판매 의무를 지우는 방식인데,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역내 시장이 커서 벤츠/볼보/다임러/스카니아/이베코도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조건이 다르다. 국내 트랙터 시장의 68.7퍼센트가 수입 브랜드다. 그런데 현행 저공해자동차 보급목표제는 일정 “판매"규모 이상인 업체에만 적용된다. 이들은 각각 연 수백 대 규모라 어떤 기준선을 그어도 규제망 밖으로 빠진다. 이 상태로는 국내 제조사에만 의무를 가지게 되고 정작 수요는 규제 밖 수입 디젤로 옮겨간다. 배출은 그대로이고 국내 산업만 잃는다. 유럽에서 팔지 못하게 된 디젤 트럭의 배출구가 한국이 되고 있다.
기존 보급목표제처럼 공급자를 압박하는 방식은 성과 달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실 열등하다. 수요층 타겟인 무공해차 전환 의무는 지금 극히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공공부문에만 걸려 있기에, 민간으로 넓히지 않는 한 이 제도는 흉내만 내는 수준이다.
시장은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끌어당길 때 가장 잘 작동했기에 정부가 공급을 밀어붙여 성공한 적은 별로 없다. 사 줄 사람이 정해지면 만들 사람은 알아서 나타나거늘, 항상 표를 의식해 순서를 거꾸로 놓았기에 우리는 늘 정부만 믿다 쪽박차는 사업자들을 수없이 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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