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발표한 2026 세제 개편안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첫 경제정책 패키지인 세제개편안이 발표 직후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반발에 부딪혔다.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조항을 두고 수도권 의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다.
서울 서대문을에 지역구를 둔 김영호 의원은 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부를 설득하면서 국민이 수용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세제개편안을 여당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만들어서 정부를 다시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종부세를 잘못 다루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총선, 대선까지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최근 선거 모두 부동산 세제가 결정적 악재였다"며 수도권 민심의 폭발력을 경고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공시가격 현실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등 징벌적 세금 인상이 낳은 조세 저항이 정권 재창출 실패로 이어졌다는 학습효과가 발현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 차원의 종부세 완화와 양도세 한시 배제 등 정책 선회를 시도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재점화된 보유세 논란이 달가울 리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거주용 1주택은 현행 공시지가 12억원에서 14억원(시가 약 20억원)으로 기본공제 금액을 올려 세 부담을 완화했다. 하지만 비거주 1주택은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아져 세 부담이 늘어난다. 거주용 1주택자의 경우 시가 30억원까지는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지만, 3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부터는 세 부담이 커진다.
종부세 납부 대상의 약 90%가 서울에 집중된 점도 민주당이 예민하게 보는 이유다. 특히 집값 상승폭이 컸던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세 부담 증가에 따른 민심 이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온다. 시가 20억원 이상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면서 마포·용산·성동구 등 지역이 사실상 이번 개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당 일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종부세 특유의 파급력 때문이다. 거래 시 부과되는 양도세와 달리 보유만으로 매년 내야 하는 종부세는 실거주 1주택자와 은퇴 고령층의 체감도가 높다. 결국 지역구의 반발 민심이 커지면 2년 뒤 의원의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지게 된다.
서울 지역구 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6일 부동산 정책 대응을 위한 간담회를 따로 열기로 했다. 특단의 공급 대책이 따라붙지 않는다면 세제 개편만으로는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당은 특위를 통해 세제 개편을 비롯해 서울 내 주택·주거 문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 서울시당위원장이 선출되면 특위 명칭을 정하고 본격 가동한다.
지도부는 당내 이견을 의식하며 신중론을 폈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번 개편안의 목표는 성장과 민생을 위한 조세 정상화"라면서도 “정부안은 국회 논의의 출발점이다. 민주당은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책의 효과와 국민의 수용성,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세심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당정 간의 엇박자는 정책의 정합성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당내에선 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주택 공급 확대'와 이번 '보유세 강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주택 공급을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면서 보유세를 높이면 정책 메시지가 엇갈린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시장 영향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결국 민주당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쏠린다. 정부 원안을 유지할지, 수도권 민심을 감안해 종부세 과세 기준과 적용 대상을 조정할지가 이번 세법 심사의 변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세제 논란의 후폭풍을 경험한 민주당이 현실적 대안을 택하느냐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당정 조율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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